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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세대교체

‘요즘 젊은이’에 대한 기성세대의 불신은 유서가 깊다. 기원전 1700년 무렵의 수메르 점토판에도 “제발 철 좀 들어라. 왜 그렇게 버릇이 없느냐”며 나약하고 철없는 ‘요즘 것들’에 혀를 차는 내용이 등장한다. 중세 시대 스페인 사제였던 알바루스 펠라기우스는 보다 노골적으로 “요즘 대학생들을 보면 정말 한숨만 나온다”고 한탄했다.
 
하지만 그 불신과 개탄의 이면에는 ‘다른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동시에 자리한다. 앞뒤 재지 않는 젊은이들의 패기와 정의감은 땟국물의 응고로 다소간 무기력하고 지저분해진 기성세대를 부끄럽게 한다. 요령부득한 신문물로 무장한 채 끝없이 쏟아내는 신세대의 혁신적 아이디어는 감탄을 넘어 구세대의 존재 가치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지게 한다.
 
그리하여 젊은이를 보는 기성세대에게는 장강의 뒷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는(長江後浪推前浪) 현상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한다.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다. 공자는 후배들과 말을 섞어 본 뒤 후생가외(後生可畏·젊은 후학들은 가히 두려워할 만하다)라 했다. 현대 서구 사회에서는 기성세대의 도덕적 개념과 명성에 정면 도전하는 젊은 세대를, 장 콕토의 소설 제목을 차용해 ‘무서운 아이들’(enfant terrible)이라 불렀다.
 
인류 역사에서는 이 무서운 아이들이 노인의 경륜을 뛰어넘어 세상을 뒤집고,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간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에서 “전쟁터에서는 젊은 사람들의 에너지가 늙고 우유부단한 사람들의 경험을 전부 합친 것보다 더 올바른 길을 가르쳐주는 일이 흔히 있다”고 적었다.
 
사는 게 전쟁과도 같은 이 시대에 그의 격언을 발 빠르게 채용한 건 기업이다. 1981년생을 대표 자리에 앉힌 네이버나 ‘훈구대신’들을 뒷방으로 모신 삼성과 현대차를 필두로 각 기업이 연말 인사에서 30~40대 임원들을 대거 등용했다. 냉철한 합리성에 기반한 장사꾼의 감각은 세대교체만이 새 시대의 생존 수단이라는 사실을 간파했다.
 
1987년 이래 주요 정당 후보들의 나이가 50세 아래로 내려와 본 적 없는 대선판과 대비된다. 이 바닥에서는 젊음도 혁신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증좌가 적지 않지만, 기성세대 대선 후보들의 민망한 행보를 보고 있자니 ‘뒤집기 한판’이 간절해진다.

박진석 / 한국 중앙일보 사회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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