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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다섯의 반란

가을 잎이 수북이 쌓이고 삭아 간다. 어수선한 뒷마당이 서늘한 계절이 되었다. 외톨박이 암탉 한 마리 어정거리다 뒤뚱이며 쫓아 온다.
 
털이 몹시도 빠졌다. 겨울바람이 깃털을 파헤치며 살갗을 찢을 듯 힘살이 보인다. 봄, 여름, 한 지붕 밑에 어미 없는 병아리 여섯 마리 뽀송하게 얼굴 비비며 한 몸으로 어미가 되어 여름내 매일 계란을 식탁에 올린 이쁜 짓 귀염둥이 칭찬이 자자했다. 먹고 자고 쉬엄쉬엄 땅바닥도 쪼며 흙도 뒤집어쓰며 같이 살던 여섯 형제 중 돌연 다섯의 배신? 하나의 왕따인가 위기의 상황이 왔다. 온종일 다섯 부리의 공격에, 하나의 방어는 불가항력, 먹이도, 물도, 잠자리도 허용 불가다. 이리저리 쫓기는 아픔이 오죽할까. 구석진 모퉁이에 머리를 틀어 밤과 꼼짝 않고 나 죽었소 하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원인을 알 수가 없다. 털이 빠지고 상처투성이다. 왕따(outcast)는 집단 사회에서 이루어진다. 서로 간의 다른 점들이 있다. 그렇다. 취향과 성격의 차이에서 그리고 적극적임과 소극적임에도 원인이 있다고 본다. 그리고 몰아세우기 방법, 이유 불문의 무조건  왕따도 있다고 한다. 그럼 과연 이 동물의 세계에도 해당이 될까? 먹이, 잠자리 이외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가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그들의 눈빛도, 속말도 들을 수 없고 이해도 할 수가 없으니 더 답답하고 해결책이 막연하다.  
 
하지만 그들의 언어와 의사소통은 있을 것이다. 우리 인간은 듣고, 보고, 말하는 전문의가 있어 의사소통의 길이 있고 해결 방법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과연 동물조련사는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상대방을 충분한 이해, 소통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인데 그 속을 알 수 없는 상황에, 급기야 비상대책으로 닭장 밖으로 격리했다. 아니면 출혈을 보아야 할 지경이다.  
 
드디어 자유의 몸이 되었다. 갇혀 있는 다섯 마리는 어떻게 할 상황이 없다. 강 건너 불구경하는 모양새가 되었고 왕따를 당한 한 마리 유유히 닭장 앞을 시위하며 그의 시간을 즐긴다. 먹고 마시는 것까지는 괴롭히는 자가 없으니 살판났다. 한데 잠자리는 불안정하다. 새로운 집이 없다. 마루 밑 막힌 곳에 잠자리를 폈지만,밤중의 야생동물 공격을 막을 재간이 없다. 가끔 옛집이 생각나는지 철망 앞에 가서 얼쩡거린다.  
 
이젠 왕따가 풀렸을까 합방을 시켜보았다. 이게 웬일인가, 기다렸다는 듯 다섯 마리의 무차별 쪼임에 아무 대책이 없다. 다섯 마리 혼을 좀 내려고 했지만 모두 허사였다. 다시 격리했다. 한 마리 행복한 바깥세상을 만끽하고 있지만 보호망이 없다. 어떻게 할까 일정한 장소에 머물지 않고 숨어 밤을 지새우는 그들의 생존의 기지이다.  
 
한 달 정도 괴로움 없는 먹이와 스트레스 없이 지냈다. 닭의 정신과 의사가 있다면 이들의 왕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해법이 없나 보다. 물론 먹이와 물은 따로 준다. 털도 많이 자랐고 살도 찌워 튼튼하게 원상복구 되었고 강한 자로 늠름해졌다. 다시 합방을 시켜보았다. 웬일인지 공격이 없다. 못살게 하지 않는다. 그럼 약자의 수모였나, 그렇다. 강자를 건들지 못하는 세계의 작은 일면을 본 듯 오랫동안 키워온 닭의 생태는 많이 알고는 있지만 정신학적 왕따의 세계가 모든 집단 사회를 이루며 사는 동물들의 세계에도 있다는 것 미처 알지 못한, 새로운 사실을 닭을 통해 알게 되었다.

오광운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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