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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믿음의 허상

이기희

이기희

살려만 주세요 애원하다가 살아나면 딴짓한다. 살려고 발버둥치면 무슨 짓을 못할까. 죽을 힘 다해 견디는 것도 살기 위해서다. 요즘 아픈 사람, 죽는 사람 소식을 자주 듣는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갑자기 생을 마감한 사람, 모진 병마로 투병하는 사람, 젊은 나이에 짧은 인생 막을 내린 사람, 이유 없이 죽음으로 내몰린 사람들을 본다. 죽음이 코 앞에 있으면 무슨 생각으로 생을 마감할까.  
 
오늘은 새벽에 일어나 기도했다. 교만과 허세 버리고 방황과 고뇌 속에 사는 삶을 청산하고 감사하며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감사함이 없는 기도는 하늘에 닿지 않는다.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빌라도 4장 6절.  
 
누가 돌을 던지랴. 누가 누구에게 죄와 고난의 멍에를 씌워 속죄양을 만들어 광야로 내몰 수 있을까. 돌 맞은 사람도 돌 던진 사람도 상처받기는 마찬가지다. 뺨 맞은 사람은 다리 펴고 자고 때린 사람은 움츠려 잔다고 했다. 자기 죄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신이다. 죄의 늪에 빠진 사람은 피 말리는 고통 속에 산다.  
 
잘 나갈 때 사고 친다. 힘들고 어려울 땐 조심, 조신해서 사고를 피해간다. 하나님은 예수를 방패 삼아 믿음의 앞잡이 노릇하는 사람을 싫어하시는 걸까. 작은 교회에 헌신하며 큰 교회로 부흥 시킨 친구가 모진 병마로 고통 속에 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치유불가능한 병으로 몇년째 투병 중인데 고통이 너무 심해 죽고 싶지만 하나님께서 데려가 주시지 않는다는 절규를 전해 들었다.  
 


예수 잘 믿고 전도 열심히 하고, 당당하고 인물 좋고, 말 잘하고 설득력 있고 친화력 강하고 다정했던 모습과 24시간 간호보조사 도움 없이 목숨 부지하기 힘든 모습이 오버랩 된다. 그녀의 기도는 하늘에 닿을 것처럼 힘차고 훌륭해서 부끄러워 감히 단 한 차례도 그녀 앞에서 기도하지 못했다. 인간을 파멸시키는 것은 교만과 욕망이다. 욕망은 채워도 끝이 없고 종교적인 교만이 넘치면 광신도가 된다. 광신도들은 신을 믿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신의 위치에 올려 놓는다. 신의 이름으로 만사를 농락하고 저주하고 타인의 믿음을 정죄한다.  
 
그녀의 인생은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눈다. 그녀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지켜 보았다. 전반기가 겸손하고 진실하고 하나님을 경외하고 교회 부흥 위해 헌신했는데 비해 후반부는 위선적이고 교만에 넘치고 다른 교인을 정죄하고 교회를 흡사 자신이 만든 큰 기업체로 착각했다. 교회는 자신의 목적을 구체화시키는 믿음의 허상이었을 뿐이다. 자신의 맘에 안 드는 목사는 쫒아냈고 상처 입은 교인들은 떠나고 교회는 몰락했으며 결국 그녀도 타 도시로 이사 갔다.  
 
믿음이 부실한 나는 알지 못한다. 하나님은 그녀의 삶 중에서 어느 부분을 선택하실지. 참되게 믿음 생활을 한 그녀의 삶을 축복 하실까. 모진 고통에 허덕이며 하루 빨리 천국 가기를 소망하는 그녀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 주실런지.
 
‘너희가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너희가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받을 것이니라’ -마태복음 7장 3절
 
고난과 불행, 절망이 와도 어린아이처럼 믿고 행하며 첫사랑을 껴안을 때처럼 서로 보듬고 품고, 행복의 끄나풀 놓지 않으면 허허로운 시간을 견딜 수 있다. 죄 짓는 줄도 모르고 사는 믿음이 부디 허상을 좇아가지 않기를 간구한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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