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증시 상승장' 조심해야 할 징후들
닷컴 버블때보다 주가 고평가
내부자 매도·매수 사상 최고
▶사상 최고치에 달한 주식형 자산 밸류에이션(valuation)
현재 주식형 자산의 밸류에이션은 사상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국내총생산(GDP)뿐만 아니라, 기업 매출과 수익, 장부값을 모두 포괄하는 종합지표 상에서 나타난 주식값이 현재 사상 최고치다. 소위 ‘버핏 지표’로 알려진 국내총생산 대비 주식값은 이미 200% 선을 넘어섰다. 모두 전례 없던 수준이다.
역사적으로 이와 같은 종합지표가 고점을 찍었던 적은 총 네 차례 있었다. 1900년대 초, 1029년, 1960년대 후반, 그리고 2000년대 초 ‘하이테크마니아’가 절정을 이룰 때 등이다. 이들 고점은 그리고 곧 하락장을 동반한 바 있다. S&P 500의 매출 대비 주식값은 현재 3.11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2000년 ‘닷컴 버블’의 고점 당시 매출 대비 S&P 500의 주식값 비율은 2.36포인트였다. 지금이 그때보다 훨씬 고평가돼 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매출은 많아도 수익은 없거나 마이너스일 수도 있다. 그런데 매출 대비 주식값이 이렇게 올랐다는 것은 주목해서 봐야 할 부분이다.
▶마진 빚도 사상 최고치
현재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 걸려 있는 마진 빚은 1조 달러를 향해 치닫고 있다. 투자자들이 빚을 내서라도 주식을 사려고 몰려들고 있다는 뜻이다. 주식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도록 기여한 셈이기도 하다.
마진 빚이 이렇게 높을 때 결국 시장은 하락장으로 화답했다. 2000년대 초, 2007~8년이 그랬다. 그리고 지금 마진 빚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반대로 현금자산 보유 정도는 역사상 최저치를 보이고 있다. S&P 시총대비 일반 투자자들의 머니마켓 보유 비율은 현재 2% 선이다.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저점을 형성할 당시 머니마켓 비율은 약 12%를 기록한 바 있다.
주식가치 대비 현금자산 보유 비율이 이렇게 낮다는 것은 현금이 모두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는 뜻이다. 돈을 빌려서라도 모두가 주식투자에 뛰어들고 있는 환경이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데이터로 볼 수 있다. 뮤추얼 펀드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자산 비율도 사상 최저 수준이다.
역사적으로 펀드의 현금자산 보유 비율이 4% 선으로 떨어지면 시장이 고점을 형성하고 있다고 봤다. 그런데 지금은 2%다. 시장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투자하는 펀드와 내려갈 것으로 기대하고 투자하는 펀드에 들어가 있는 자금 비율도 상상을 초월한다.
15년 전만 해도 이 비율은 1대1이거나 2대1 수준이었다. 이를 정상 비율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지금은 62대1이다. 레버리지가 들어가면 이 비율은 무려 82대1이 된다. 엄청난 수준에서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의미다. 모두가 빚을 내서까지 상승장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풋/콜(put/call) 거래량 비율도 최저치
옵션 시장도 상승장 베팅 일변도다. 그래서 하락장에 베팅하는 풋 옵션과 상승장에 베팅하는 콜 옵션 거래량 비율이 지난 20년 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큰 손 투자자나 개미투자자나 모두가 콜 옵션을 사고 있고, 이 비율 역시 사상 최고치로 치솟고 있다. 콜 옵션을 사기 위해 지불한 프리미엄만도 최근 4주간 440억 달러에 달했다.
지난 2000년과 2007년 고점 형성 당시 지급된 4주 단위 콜 프리미엄 총액은 70억 달러였다. 지금까지 경험한 그 어떤 상승장보다 현저하게 높은 프리미엄이 지급되고 있는 것이다. 이상 수준의 웃돈을 줘가며 상승장을 타겠다는 투자자들의 ‘욕망’이 읽히는 대목이다.
▶레버리지 ETF, 페니스탁, IPO
두 배, 세 배 수익을 기대하는 레버리지 ETF 유입 자금도 최근 430억 달러에 달했고 이 역시 사상 최고치다. 팬데믹 저점의 투자자금 규모가 70억 달러 안팎이었던 것에 비하면 가히 폭발적인 성장인 셈이다. 페니스탁 거래량도 최근 수년간의 평균치에 비해 열 배 이상 늘었다. 하루 1,000억주가 거래되고 있다. 다들 어디든 투자할 곳을 찾아다니는 듯하다.
지난해 IPO 규모는 사상 최고치였다. 올해는 지난해 페이스를 이미 앞지르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마이너스 실적을 내는 기업의 IPO가 수익이 나는 기업의 IPO보다 열 두배가 많았다는 데이터다. 투자자들이 돈을 벌지 못하는 비즈니스라도 상관없이 몰려든다는 뜻이다.
발행 채권에 대해 이자를 지급할 능력이 없는 기업들로도 무려 2조 달러가 쓸려 들어갔다. 이런 기업들이 어떻게 유지되는지 궁금할 법도 한데 답은 간단하다. 빌려서 이자를 낸다. 어떤 용도로 자금을 모으는지도 모르는, 소위 ‘묻지 마 IPO’라고 부를 수 있는 SPACs 공개도 올해 무려 600개에 달했다. 전년의 세 배 가까운 수치다.
▶‘인사이더’는 판다
온 세상이 계속 상승장을 장담하고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일방적이고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시장의 현황을 나타내는 데이터는 많다. 물론 이들 데이터가 당장 하락장을 현실화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지나친 낙관을 경계할 필요성에 대해 말해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하나 더. 기업 내부자들의 거래 패턴이 의미심장하다. 기업 내부자들의 매도/매수 비율이 사상 최고치다. 하나가 살 때 여덟이 팔았다. 그들은 알고 있기 때문일까?
켄 최 아메리츠 에셋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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