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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도전을 꿈꾸는 ‘500마일’

250마일, 내가 가야 할 목적지를 인터넷으로 찍어보니 집에서부터 250마일 떨어진 곳이었다. 실제로 운전을 하기도 전에 ‘멀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니 이마에 진땀이 솟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가장 꺼려하는 일이 운전이 아니던가. 미육군 훈련장인 ‘Fort Hunter Ligget’로 가야 하는 이번 장거리 운전은 오롯이 내가 해결해야 한다.
 
몇날 며칠을 걱정과 염려로 밤잠을 설쳤다.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지금까지 했던 대로 부딪쳐보자며 주섬주섬 햇반과 부식거리를 챙겼다. 그리고 드디어 일정에 맞춰 출발했다. 핸들을 꽉 잡았다. 복잡한 도심을 지나자 피라미드 레이크라는 이정표가 보였고 하늘과 도로가 맞닿은 지평선이 펼쳐졌다. 설레기 시작했다. 거대한 대륙을 달리는 나는 거인이 된 것만 같았다. 소똥 냄새가 차안으로 스며들어도 광활한 이 넓은 땅을 가로지르는 내가 스스로 대견하고 기특했다. 도로 양 옆에 가을을 묻히고 서있는 나무들을 보니 비로소 두려움을 걷어냈다는 감격에 양쪽 눈에 눈물이 고였다.
 
팬데믹으로 세계가 빗장을 걸었던 지난 2년 동안에도 나는 한국을 3번이나 다녀왔다. 남들은 한 번도 경험할까 말까 한 격리 경험을 3번이나 치른 셈이다. 14일 동안 집안에만 있어야 하는 격리를 2번이나 해야 했고 1번의 격리 면제도 경험했다. 격리면제서를 받았다고 해도 곧바로 자유의 몸이 되는 건 아니다. 선별진료소에 가서 PCR검사를 하고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거처에 머물러야 한다.  
 
남들은 그런 나를 무모하다고 속으로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만약 여행이 목적이었다면 나는 그 계획은 취소했을 것이다. 여든 다섯의 혼자 사는 모친을 만나야겠다는 분명한 목적이 없었다면 말이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길은 분명하게 목적을 정하는 것이다. 하고자 하는 목적이 분명하면 목표는 다양해도 상관없다. 간혹 잘못된 목표로 인해 목적지에 도달하는 과정이 험난해질 수도 있다. 난관의 최악은 죽음이겠지만 인간이라는 종(種)은 최악의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문명을 창조해낸다. 말하자면 문명은 죽음을 불사하는 인간이 남긴 발자취다.
 
팬데믹이 가져다 준 생활의 변화는 격리뿐이 아니다. 사람과의 접촉을 하지 말아야 하는 비대면 덕분에 나는 다양한 인터넷 프로그램을 익혔다. 줌으로 비대면 수업을 하는 것은 물론 구글닷을 사용하고 구글 클래스룸에서 수업자료를 입력한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접하지 못했을 새로운 문명이었다.  
 
이젠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점을 논하는 건 쓸데없다. 이메일을 만든다고 끙끙대던 시절이 불과 엊그제 같은데 그건 신석기시대 고리짝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이젠 도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세상은 막무가내로 도전을 요구하고 있다. 롤러코스터처럼 빨리 바뀌는 그 변화에 편승하지 않으면 고립되고 만다. 소외감을 느끼고 쓸쓸하지 않게 살아가려면 도전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왕복 500마일을 달렸으니 이제 미국 어디나 갈 수 있을 것 같은 배짱이 생겼다. 설사 두려움의 한복판에 서있다 해도 나는 또 다른 도전을 꿈꿀 것이다.

권소희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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