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교육청 '포용적 화장실' 도입 논란

'Girls+' 'Boys+'로 현판 교체…"편안함 느끼는대로 사용"
학부모 "진보적 관념 취해 기본품위 잃은 듯"...철회 요구

시카고 교육청(CPS)의 '성 정체성 포용적 화장실' 도입 결정이 논란을 불렀다.
 
CPS는 남성 전용(Men)•여성 전용(Women)으로 구분돼 있던 교내 화장실을 'Boys+'와 'Girls+' 공간으로 재구분 하기로 하고 최근 각 학교에 현판 교체 작업을 지시했다고 시카고 언론이 15일 보도했다.
 
CPS 측은 "교내 화장실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며 '편안함을 느끼는 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Boys+' 공간에는 칸막이 있는 변기와 소변기가 모두 설치돼 있고 'Girls+' 공간에는 소변기가 없는 것이 다를 뿐"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성중립적 화장실' 설치가 각 학교장 재량에 맡겨졌으나, 앞으로는 모든 학교의 화장실을 '포용적 공간'으로 바꿔야 한다.
 

아울러 각 학교는 성별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는 1인용 화장실을 반드시 증설하고, 교직원용 화장실도 'Men's+와 'Women's+로 재구분해 현판을 교체해나가야 한다.  
 
CPS 산하에는 638개 초•중•고등학교가 있으며 34만여 명의 학생과 6만여 명의 교직원이 속해있다.
 
CPS는 "연방 교육부 인권국이 지난 6월 성전환 학생들의 권리 옹호를 위해 내린 지침에 따라 화장실 재구분 및 현판 교체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부 학부모들은 "어처구니 없고 역겨운 정책"이라며 철회 요구 서명운동에 나섰다. 온라인 청원 사이트 '체인지'(Change.org)에는 15일 오전 현재 3500개 이상의 서명이 모였다.
 
서명운동을 주도한 스티븐 불튼은 "이제 남학생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여학생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이 혼자 있는 화장실에 중2 남학생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라며 "관련 공무원들이 제정신인 건지, 진보적 관념에 취해 기본적 품위를 잃게 된 건 아닌지 의아할 뿐"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켈리 디나드는 "고등학생인 아들하고도 동시에 한 화장실 안에 머물지 않는다"면서 "취약한 학령기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이 광적인 정책이 얼마나 많은 학생들에게 평생 씻지 못할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라"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CPS는 학부모 공지문에서 "성전환 학생 10명 가운데 4명이 교내 화장실 사용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불안 또는 불편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연방 교육부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인 2016년 각 학교에 "생물학적 성이 아닌, 각자의 성 정체성에 따라 교내 화장실•탈의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취임 후 이 지침을 폐기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인 지난 6월 이를 다시 복원했다.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