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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나이야! 가라

요새 트로트계에 막내로 태어난 오유진이란 소녀가 즐겨 부르는 노래가 있습니다. ‘나이야 가라, 나이야 가라, 나이가 대수냐,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라고 부르는 노래입니다.  
 
이제 인생의 후반기에 들어선 세대에게는 말 못할 설움이 있습니다. 대학병원에서 회식이 있어도 나이든 교수님들은 회식에 나가서 식사만 하고 빨리 자리를 비워주어야 하는 것이 불문율로 되어 있습니다. 식사하는데 너무 오래 앉아 있어도 안 되고 2차나 3차에는 더더욱 따라가서는 안 됩니다. 물론 가자고야 하지요. 그러나 눈치 없이 따라갔다가는 주책없는 늙은이만 되고 등 뒤에서 흉을 보는 이들의 욕을 먹어야 합니다. 그리고 공식 모임이 아닌 자기들끼리의 모임에는 아예 초대도 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쑥덕거리다가 나가 버립니다. 물론 자기들끼리 가는 골프모임이라던가 등산에는 오라고 해도 점잖게 거절을 해야지요. 이것은 왕따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불문율의 법칙이기도 합니다.  
 
이제 몇 년이 지났습니다. 은퇴하니 이런 따돌림은 더욱 완연해지고 사회적인 격리가 분명해졌습니다. 이제는 자기 나이 또래의 모임을 찾자니 그런 모임이 별로 많지도 않고 모임에 나오는 친구들의 숫자가 줄어듭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스스로 이제는 사회에서 완전히 은퇴하여 밖의 출입을 안 하려고 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야 이제 내 나이에 뭣 하러 밖에 나돌아다니냐. 집에 들러 앉아 있지”라고 하는 것입니다. 나는 103세의 철학자 김형석 선생님의 강의를 열심히 듣고 있습니다. 김 선생님의 말씀에 인생의 최고로 좋았던 시기는 65세에서 75세였고 그 후에도 꾸준히 발전한다는 것입니다. 젊었을 때보다 암기력은 떨어지지만, 사고력은 늘어간다는 말입니다. 지적으로는 좀 후퇴하지만, 지혜는 계속 발전한다는 말입니다. 그럼 언제까지 발전하느냐고 사회자가 물었더니 “그건 말을 할 수 없다. 90세가 넘어도 발전을 하는 것 같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계속 책을 읽고 배우고 머리를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울대 철학 교수였던 김태길 교수는 90세에 별세하셨는데 돌아가시기 3개월 전까지 글을 쓰셨고 숭실대의 안병욱 교수는 93세에 별세를 하셨는데 돌아가시는 달까지 강연하시고 글을 쓰셨다고 하십니다. 김형석 교수는 100세가 넘어서 ‘100세를 살다 보니’라는 책을 내셨고 이어령 교수는 췌장암으로 고생하시지만 88세까지 아직도 집필하고 계십니다. 그러니 그분들을 따라가려면 아직도 먼 저희는 아직도 공부하고 연구하고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100세가 넘기까지 그림을 그렸다는 모제스 할머니는 76세 때 시작한 그림을 가지고 100세까지 전시회를 하고 101세 때 별세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처칠은 80이 넘어 노벨문학상을 받았고 괴테는 80이 넘어 10대 여성을 사랑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물론 거절당했지만….  
 
요새는 사람들이 젊게 살아서 나이에 0.7을 곱해야 생물학적 나이가 된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80세라면 그전의 56세입니다. 아직도 한참일 때입니다. 오래전 정석해 선생이 김형석 선생에게 나이가 몇이냐고 물을셨답니다. 그래서 75세라고 대답하니까 혼잣말로 “좋은 때다”라고 말씀했습니다. 그래서 오유진은 마음은 나이와 상관없다고 ‘나이야 가라, 나이야 가라’ 하고 노래를 불러줍니다.

이용해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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