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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민주 따지기 전에 한인 정체성 먼저 세워야

주하원의원 선거 패배한 해롤드 변, 작심 인터뷰

해롤드 변

해롤드 변

버지니아 주하원의원 제40지구 선거에 출마했던 해롤드 변(공화) 후보는 11월2일 선거가 끝난 후 한달 넘게 ‘은둔 생활’을 하며 두문불출했다.  
 
그를 잘 아는 지인은 “변 후보가 낙담한 나머지 사흘밤낮을 울고 잠을 자지 못했다”고 귀띔했다.  
 
낙담( 落膽)! 
쓸개와 간이 떨어져나가는 듯한 고통을 뜻한다.  
무엇이 가장 고통스럽고 괴로웠냐는 질문에, 변 후보는 “안타깝게도 미국에 사는 우리 한인들은 정체성을 망각하고 살고 있다”고 전하며 “한인 커뮤니티에 30여년 봉사해오면서 알게모르게 느껴오던 것을 이번 선거를 통해 한꺼번에 절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인들이 스스로를 백인으로 착각하고 살아가고 있다”고 짚었다.  
 
공화당과 민주당을 편갈아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표출하는 것은 좋지만, 한인들이 힘을 기르고 난 후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유태인이나 다른 소수계 커뮤니티도 힘을 기르기 전에는 자기 정치인이 나오면 초당적인 지지를 했지만, 우리 한인들은 그러한 민족적 정치 정체성이 매우 미흡하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이번에 자신이 당선됐더라면, 주류사회의 한인커뮤니티 시각이 180도 변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버지니아 40지구의 한인 유권자 비율은 20%에 달했다.  
캘리포니아에도 이같은 유권자비율을 보이는 곳은 없었기 때문에, 양당은 모두 이 선거구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변 후보는 2일 선거일 현장투표에서 200표를 이기고 부재자 투표에서 2천표를 패했다.  
 
나름대로의 선전이었다.  
민주당 바람이 거센 페어팩스 카운티의 공화당 후보 평균 득표율은 35%에 그쳤으나, 변 후보는 47.5%를 얻었다.  
누가 보더라도 놀라운 결과였으나, 공화당 주류가 볼때 한인 유권자의 표결집력은 기대에 훨씬 못미쳤다.  
그는 “지지해준 한인 유권자에게 절을 백번 하고도 남을 만큼 고마운 마음과 함께 한가지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한인 유권자 3천가구를 평균 다섯번 방문하며 투표를 약속받았다.  
 
너무 많이 방문해서 “그만 오라”는 문전박대를 받기도 했었다.  
하지만 1200표 정도에 그쳤다. 그는 800표만 더 나왔다면 승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평소에 600명이 투표하던 것과 비교하면 한인 투표율이 크게 높아진 것이지만, 공화당 주류가 다른 소수계 커뮤니티의 표결집력 기준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는 “미네소타주에서 아랍계가 단결해 연방의원을 배출하고 플로리다의 쿠바계가 한목소리를 내며 연방상하원의원 여러명을 당선시키는 저력을 생각하면 우리 한인 커뮤니티는 나부터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인들은 개별적으로 엄청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이지만, 하나의 정체성으로 결집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주류사회는 한인들의 약한 정체성 고리를 파고들었다.  
상대방 후보였던 댄 헬머(민주) 의원은 정치자금 200만달러 대부분을 변 후보 공격에 사용했다.  
200만달러는 웬만한 연방의원 모금액보다 많은 것이다.  
 
헬머 의원 진영에서는 변 후보의 선거 홍보물을 문제 삼아 변 후보를 ‘저먼 나치’, ‘KKK’, ‘백인우월주의자’로 몰아부쳤다.  
심지어 변후보가 지난 1월6일 연방의사당을 난입했던 인물이라고 중상모략하기도 했다.  
한인들도 헬머 의원의 마타도어(흑색선전)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모 한인단체 행사에 참여한 변 후보가 도날드 트럼프 전 대통령 대형 홍보물을 배경으로 찍힌 사진이 헬머 의원 진영으로 넘어가 공격의 빌미가 됐던 것이다.
소송도 고려했으나 유태인 커뮤니티가 장악한 주류언론이 역시 유태인인 헬머 의원을 지원사격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 등은 나를 공격하고 헬머 의원을 옹호하는 기사를 쓰면서 내게 어떠한 형태의 반론권조차 보장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소송을 생각하기도 했으나 이미 선거자금이 바닥나 어찌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변 후보는 60만달러를 모았을 뿐이다.  
변 후보는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정체성을 다시 생각하고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권을 내세우는 모 한인단체가 나를 공격하는 팜플렛을 자체 제작해 한인 유권자 가정을 가가호호 방문했었다”면서 “팜플렛 내용도 거짓으로 가득찼다”고 밝혔다.  
 
그는  “30여년 한인사회에 봉사한 결과가 이것인가, 하는 자괴심 때문에 지난 한달이 더욱 힘들었다”고 전했다.  
변 후보는 “민주당을 자처하는 일부 한인들은 한인언론에 헬머 의원을 지지해야 한다는 칼럼을 기고했다”면서 “이러한 문제까지 표현의 자유로 생각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2년 후 선거에 재출마할 의향이 있는지 묻자, “앞일을 장담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공화당 유권자들이 다시한번 기회를 줘야 하며, 선거구 재획정 결과를 통해 유불리를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유태인 커뮤니티가 수백만달러를 후원하는 헬머 의원에 맞설만한 정치자금을 모아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그는 선거에 도전하고자하는 한인 2세와 1.5세에게 역설적인 ‘조언’을 했다.  
 
그는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한인들에게 쏟았던 시간과 인력, 열정을 다른 인종에게 쓸 것”이라며 “가성비를 놓고 따지면 타인종의 선거결과가 훨씬 좋았다”고 밝혔다.  
비근한 예로 ‘TJ과학고 입학시험’이슈를 거론했다.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청은 소수계 인종의 입학 형평성을 이유로 성적에 따른 입학시험 제도를 폐지시켰다.  
그 결과 70%가 넘던 아시안 입학생 비율이 절반 정도로 떨어졌다.  
변 후보는 입학시험을 환원시키겠다고 약속하며 한인 유권자에게 어필했으나 상당수의 한인들은 “이미 애를 다 키웠다”는 이유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반면 베트남과 중국, 대만, 필리핀 등 다른 아시안 유권자들은 크게 호응했다.  
변 후보는 “백인 유권자들이 내가 살아온 이력을 듣고서 크게 감동했다”면서 “냉정한 얘기가 될 수 있지만, 한인 후보는 아직까지는 한인 유권자에게 지나치게 공을 들이지 말아야 승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변 후보는 “정체성이라는게 어려운 말이 아니라, 나의 소소한 이익을 넘어서 2세,3세의 이익까지 고려하는 것”이라며 “나랑 상관없는 일이라도 내 아들의 아들딸, 그 아들딸의 손자손녀까지 시야를 넓혀봐야 하는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모 한인단체가 ‘한인이기 때문에 지지해달라고 하는 것이 매우 원시적이고 비민주적’이라고 지적하며 나를 공격했지만, 무작정 지원해 달라는 얘기가 아니다”라며 “충분한 자격을 갖춘 한인이 후보로 나왔다면 당적이나 선호도를 일단 접고 지지해주는 것이 미국에 사는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한인 커뮤니티는 폴란드 이민사회같이 급격히 붕괴할 것”이라며 “심지어 한인 커뮤니티의 한 축을 담당하며 마지막까지 갈 것 같은 한인교회도 팔리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자”고 당부했다.  
 

김옥채 기자 kimokchae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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