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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친구의 비석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크리스와 조던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절친한 친구였다.  크리스는 백인이었고 조던은 흑인이었지만 피부색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몇 달 전부터 갑자기 머리가 아프고 기운이 없다며 병원에 다니던 조던에게 급성 백혈병이 진단되었다. 항암 치료를 받아 증상이 호전되는 것처럼 보이던 조던은 잔여 백혈병 세포가 증식하며 재발하자 그해 오월에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 그는 공동묘지에 묻혔다.  
 
4년을 넘게 형제처럼 지내던 친구가 별안간 죽자 크리스의 상심은 말할 수 없었다. 몇 주가 지나도 크리스가 죽은 친구를 그리워하자 크리스의 엄마 린다는 아들을 데리고 조던의 묘지로 갔다. 장례식 날을 기억하며 작은 나무 근처에서 묘지를 찾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비석이 없었다. 묘지 사무실에 연락하고서야 간신히 찾을 수 있었다. 친구의 죽음도 감당하기 힘든데 조던이 비석도 없는 묘지에 묻힌 것을 안 크리스는 큰 충격을 받았다.
 
사실 혼자서 세 명의 아이를 키우는 조던의 엄마에게 병원비, 장례비와 장지 비용은 큰 부담이었다. 가난한 엄마는 아들의 비석을 살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아무 문제 없이 조던의 묘지에 가기를 바란 크리스는 비석을 친구에게 주는 마지막 크리스마스 선물로 정했다.
 
비석을 사고 싶었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기는 크리스 집도 마찬가지였다. 겨우 열두 살인 그가 할만한 일이 별로 없었다. 미시간주는 가을이면 집마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 치우는 일이 큰 문제였다. 이것에 착안한 그는 사람들에게 낙엽을 치워주겠다는 전단을 뿌렸다. 낙엽 치워 달라는 주문이 들어오면 크리스는 까만 모자를 쓰고 빨간 파카를 입고 자기 키만 한 갈퀴를 들고 끝없이 쌓인 낙엽을 치웠다.  
 
크리스마스 날에 크리스와 린다는 조던의 집을 방문해 그동안 모은 돈 900달러를 그의 엄마에게 주었다. 생각지도 않은 돈을 받은 조던의 엄마는 죽은 아들에게 보인 크리스의 행동과 사랑에 눈물을 지으며, 곧 아담한 비석을 사서 묘지에 꽂았다. 이제 누구나 문제 없이 조던의 무덤을 찾는다.  
 
열두 살 아이가 보인 아름다운 우정. 아직도 세상에는 다른 사람을 위해 이렇게 자기를 희생하는 사람이 있다.  
 
우정은 나이 든 사람들만이 가지는 특권은 아닐 듯싶다.  

이리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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