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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바이러스는 평등하지 않다

김완신 논설실장

김완신 논설실장

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으로 지구촌에 비상이 걸렸다. 오미크론은 아프리카 남단 보츠와나에서 최초로 발견됐다. 보츠와나는 그다지 알려진 것이 없는 나라다. 1980년 보츠와나와 남아프리카공화국 합작 영화 ‘부시맨’을 통해 소개된 적은 있다. 부시맨족은 보츠와나의 원주민이다. 현재는 남아공에서 이주한 츠와나족이 전체 인구의 80%로 주류다.  
 
보츠와나는 한때 에이즈 감염자가 많은 것으로 유명했다. 2006년 기준 인구의 36% 넘게 감염됐다. 에이즈 사망자가 많아 평균수명이 한때 30세 아래로 내려 간 적도 있다. 아프리카 다른 국가에 비해서는 나은 정도지만 의료와 보건 인프라가 열악하다. 이런 국가에서 처음 오미크론이 발견됐고 남아공에서 최종 확인해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했다.  
 
아프리카 빈국에서 새로운 변이가 발생하자 다시 백신 불평등 문제가 불거졌다. 올해 초 코로나 백신을 선진국들이 독점하면서 ‘백신 아파르트헤이트(Vaccine Apartheid)’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백신 불균형을 과거 남아공 백인정권이 유색인종에 가했던 차별을 뜻하는 ‘아파르트헤이트’에 빗대 것이다.  
 
지난달 27일 워싱턴포스트는 “오미크론의 출현은 개선되지 않는 백신의 불평등한 보급에 대한 경고”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전 세계인에 대상으로 한 (공평한) 백신접종이 이뤄지지 않아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백신 전체 공급량의 약 90%는 선진 20개 국가에 집중됐다.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아프리카 대륙의 평균 백신 접종률은 7.15%에 불과하다. 나이지리아와 에티오피아는 2%대를 못 넘는다. 평균 70%에 육박하는 선진국과 격차가 크다.  
 
백신 공동 구매·배분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도 선진국의 사재기로 백신 확보에 난항이다. 당초 빈국에 지원할 백신 목표치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보츠와나에서 오미크론이 발견되면서 각국이 서둘러 아프리카에 빗장을 걸어 잠갔다. 아프리카에 대한 공포로 ‘아프로포비아(Afrophobia)’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성급한 국경 폐쇄는 경제상황을 악화시킬 뿐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아프리카 국가들은 외친다.  
 
근현대 들어 코로나보다 더 치명적인 전염병은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전염병 대부분은 국지적으로 발생했다. 반면 코로나는 일시에 전세계에 광범위하게 퍼졌다. 초창기 백신과 치료 방법이 전무한 상황에서 공포심은 커져만 갔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로 두려움이 희석돼 가는 상황에서 오미크론이 터졌다.  
 
지구촌은 이제 한 울타리다. 강력한 전파력을 가진 바이러스는 더 이상 일부 지역에서만 창궐하지 않는다. 국경 봉쇄로 바이러스를 막을 수는 없다. 아프리카 남부에서 시작된 오미크론은 약 1주일 만에 6개 대륙에 퍼졌다. 2일 기준 세계 30개국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은 선진국의 이기주의에 대한 경종일 수도 있다. 하버드대 공공보건대학원 키츠메키아 코벳 면역학자는 “변이가 감지되는 순간에 이미 타지역으로 확산은 시작된다”며 “지구촌 한 곳이라도 백신이 보급되지 않는 불평등이 지속하는 한 변이의 발생은 막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코로나 퇴치에는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하다. 지구적 위기에 자국 이기주의는 재앙을 연장시킬 뿐이다.  
 
코로나 초기, 바이러스는 국가와 인종을 가리지 않고 평등하다며 감염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2년이 지난 지금 예상은 빗나갔다. 바이러스는 빈국과 부국의 불평등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는 수많은 목숨을 앗았고 막대한 손실을 가져다 주었지만 인류에게 한 가지 교훈은 남기고 떠날 것 같다. ‘바이러스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

김완신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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