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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골칫거리 자랑

 이 사달의 장본인은 다름 아닌 저였습니다. 심심해서가 아닌 그렇다고 계획했던 것도 아닙니다. 철판 프라이팬을 스토브 톱을 쳤습니다. 그 무거운 철판이 전기스토브 유리판을 박살 냈습니다. 나이를 핑계 대기엔 참으로 억울하지만 제 손힘이 그 수준이 됐다고 하네요! 이렇게 시작됐던 부엌 뜯어고치기가 생각보다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40여 년이 되었다는 부엌 스토브를 바꾸다 보니 옆에서 나도 말을 하자면 얼굴에 코 수정을 하고 보니 옆에 팔자주름이 거슬렸습니다. 그랬더니 옆구리 싱크대가 삐딱하게 보입니다. 그 불평도 들어주었더니, 벽지가 나도 마사지를 좀 하고 싶다나요! 이렇게 배려를 하다 보니 공사비가 신난다고 오름세를 즐기며 휘파람을 불어댑니다.  
 
냄비들을 다시 제자리에 옮기려는데 제 나이를 따라 늙어버렸는지 모양새들이 그리도 구질스러워 보였습니다. 제 나이와 비스름한 것이 얼핏 나를 닮은듯하네요! 그리고 이제 공사시간까지 지연되며 제 머리가 복잡합니다. 밥도 제대로 못 해 먹습니다. 핑곗김에 외식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외식도 하루 이틀이지요! 제 부엌이 그립습니다. 차츰 내 부엌 얼굴이 바꿔가면서 남남 같아 한참을 다시 정 붙여야 할 것 같습니다.  
 
어둠침침했던 방이 환해졌습니다. 젊어졌습니다. 복잡한 제 머리가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것이 주제넘은 나의 허영이었던가? 부엌 앞에 서서 바라보다가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가 바로 이런 것이었던가? 갑자기 제 나이를 꼽아봅니다. 얼마나 먼 앞을 바라보고 살겠다고 욕심을 부렸던가? 40년이란 세월을 지켜온 이 부엌이었구먼 내가 여기에서 40년을 더 살지는 못할 터인데 나 자신의 부질 없는 욕심이었던가?  
 
물건은 골동품이 좋고 여자는 새것이 좋다 하던가요? 그러나 나 여자는 좀 다릅니다. 투덜거리면서도 정든 내 남편이 편하지요! 그러나 질 좋은 프라이팬은 요즘 신식이 좋기는 좋아 보입니다. 거기에 애국심까지 동원되어 삼성이냐, LG냐 하다가 LG가 낙찰됐습니다. 그런데 도배지가 붙어 있는 벽이 어울리지 않습니다. 갑자기 제 머리에 ‘꼬마 꿀꿀 돼지 목에 흑진주목걸이!’ 아주 적격입니다. 이 최신식의 도구들은 분명 젊은이들에게 어울려야 합니다. 리모컨이 조절해준다는 모던 테크. 이내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을 듯 미리 신경이 써집니다.  
 
처음부터 본의 아닌 유리 스토브를 깨트린 순간 이때라며 욕심을 부렸던 실수였나 후회가 갑니다. 차례대로 따라붙은 사치였습니다. 분명 부동산값으로는 이익이 되겠지요? 이 나이에 실용적으로는 상표 이름은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 제 의견이고 결론이었습니다. 이제 작업에 마지막 단계입니다. 오늘 저는 신형 가전제품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벽지를 와락와락 뜯어냈습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젊어진 얼굴에 어울리는 분을 발라줄까 합니다. 분명 물건은 새것이 좋지요! 요즘 제가 잘 쓰는 속어 한마디 더 쓰겠습니다. ‘Money Talks, 잔소리 Walks!’라 하지요? ㅎㅎ! 이왕 지나 벌어진 일, 내 주름살 시술 값을 내 부엌에 양보했다고 마음먹어 버리렵니다. 오늘부터는 젊어진 내 부엌을 쓰다듬어 가며 정을 붙여 보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기념으로 냄비 한 세트도 선물할 테니 그런대로 다시 정 붙여 가며 살자고 새 부엌에게도 부탁했습니다.

남순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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