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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갈등과 대립의 시대를 넘어…

전두환 전 대통령이 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영욕이 교차한 대한민국의 전직 대통령들 가운데 전 대통령만큼 끊임없이 비판받고 마지막 순간까지 논란을 일으킨 경우는 없었다. 전 대통령이 철권통치했던 8년(1980~1988)은 정치적 억압과 권위주의 통치, 인권 탄압 등이 이어졌다. 그는 12·12 쿠데타를 통해 권력 기반을 잡은 후 5·18 민주화 운동을 무력 진압하며 집권했다. ‘80년의 봄’으로 상징됐던 민주화 바람은 그의 등장으로 싹이 꺾였다. 군사독재에 반대하는 민주화 시위가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고 많은 시국 사범들이 잡혀가 옥고를 치렀다. 언론에 대해선 보도 통제와 사전 검열이 일상화됐다.  
 
 그러나 경제적으로는 2차 오일쇼크의 경제 위기를 벗어나 1980년대 유례 없는 호황기를 맞았다. 정치적으로 암울했지만 단군 이래 처음이라는 ‘물가 안정’ 등 경제적으로 발전했다는 것은 긍정적 사실이다.
 
1987년 6월 29일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받아들이는 결단으로 국가적 파국을 피했다. 전 대통령은 직선제 수용이 사실 자신의 뜻에 의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유혈 사태를 통해 권력을 잡고 폭압 체제로 국민을 억눌렀던 전 대통령은 권력을 순순히 놓지 않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예상했으나 이런 예상을 깨고 평화적 과정으로 권력을 이양해 국가적 비극은 피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이때도 전두환 전 대통령을 많이 저주했다. 박정희 대통령의 유고로 찾은 민주화의 기회를 짓밟았다며 정치인들은 당시 전두환 대통령을 비난하고 막말로 욕하고 저주했다. 지금 여권 인사와 일부 언론이 별세한 전 대통령을 전두환씨라고 호칭하는 것에 대해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도 적지 않다.  
 
사회운동가이며 영문학자인 백낙청 교수는 “‘학살자 전두환 사망’ ‘전두환씨 사망’부터 ‘전두환 전 대통령 별세’까지 시중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죽음을 악평과 폄하로 표현한다”라며 “선인도 악인도 죽음 앞에서는 말을 삼가야 한다”라고 충고했다.
 
전두환은 유언에서 북녘 땅이 바라다 보이는 전방의 어느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 있으면서 기어이 통일의 그날을 맞고 싶다 라고 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전두환은 ‘김일성 왕조가 무너지고 조국이 통일되는 감격을 맞이하는 일’이 ‘평생 지녀온 염원과 소망’이라 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좌우 진영과 지역, 계층으로 갈라져 대립하고 있다. 이 대립과 갈등이 격화된 출발점이 바로 전 대통령 집권 과정이었다. 이 갈등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그 격동의 현대사 중심에 서있던 전 대통령이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김대중 대통령도 전 대통령에 대해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고 했다. 이제는 어두웠던 역사의 기억도 그와 함께 떠나보냈으면 한다. 그의 죽음과 함께 우리 사회도 대립과 갈등, 상처를 넘어서는 길로 가기를 바랄 뿐이다.
 
전두환의 죽음과 함께 불행했던 한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역대 모든 정부의 공(功)은 끌어 안고 과(過)는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악마를 타도하겠다고 악마를 닮아서는 안 될 일이다. 살아있는 인간으로서 죽음의 강을 넘은 한 인간, 원한의 한을 마감해야 하는 전두환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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