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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칼럼] 중앙은행을 위한 변명

인플레이션이 화두다. 10월 미국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6.2% 오르며 1990년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물가가 오른다는 것은 보통은 경기회복의 신호다. 수요가 많아지고 소비가 늘어나니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자연스럽게 가격이 오른다. 물가가 감당할만한 수준만큼만 오르고 임금과 가계자산도 같이 늘어난다면 물가 상승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지금은 물가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르다. 게다가 이런 상승세가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점은 더 큰 문제다.
 
일반적으로 수요 증가에서 비롯한 물가 상승은 공급이 잽싸게 따라잡으면서 이내 완화된다. 소비 증가로 늘어난 수요에 맞춰 생산자가 더 많이 만들어 공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공급망 문제와 델타 변이가 얽히면서 물건을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 없게 되었다.  
 
중앙은행은 법이 부여해준 막강한 권력을 이용해 독점적으로 화폐를 만들어 낸다. 당연히 권한만큼 무거운 책임도 부여되었는데 첫 번째는 돈의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돈이 구석구석까지 잘 순환해 모든 경제주체들이 원활하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경우 첫 번째를 물가안정, 두 번째를 완전고용 달성이라고 부른다.
 
코로나19가 확산되는 동안 중앙은행은 두 번째 임무에 보다 더 많은 관심을 쏟았다. 금융기관을 통한 간접적인 유동성 조절이라는 관행에서 벗어나 정부, 기업, 가계에 직접 자금을 공급했다. 중앙은행의 새로운 시도는 우리가 팬데믹 이후의 삶으로 복귀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이제 중앙은행에 대한 관심은 첫 번째 임무인 물가안정에 모아지고 있다. 다만 아쉽게도 중앙은행이 장바구니 가격을 바로 낮춰줄 수는 없다. 중앙은행이 개별 제품의 가격을 결정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가격은 보이지 않는 손이라 불리는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되며 중앙은행은 보이지 않는 손이 잘 작동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역설적으로 성공적인 중앙은행의 정책은 가격을 다양하게 하고 재화와 서비스의 종류를 풍부하게 만든다.
 
중앙은행의 물가안정 정책은 신호등을 만들고 도로표지판을 설치하는 것과 유사하다. 교통정체를 막기 위해서는 각각의 자동차가 이용해야 할 도로, 차선을 정하고 운행시각을 할당해주는 대신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운전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어야 한다. 중앙은행의 정책은 우리 경제체제의 근간이 되는 자유 시장경제가 더욱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한다. 
 
다만 신호등만 설치하고서 두 손을 놓고 있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최근 중앙은행도 자본주의의 치명적인 약점이며 코로나19로 더욱 커진 불평등과 빈부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을 찾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한 번도 과거였던 적이 없다. 늘 새롭게 변화한다. 중앙은행도 이에 발맞추어 변하고 있다. 중앙은행은 팬데믹을 극복한 것처럼 인플레이션의 파고를 넘을 것이다. 누구나 적정한 가격으로 오늘 먹은 빵보다 더 맛있는 빵을 선택할 수 있도록 중앙은행은 오늘보다 나은 내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해주리라 믿는다.

김태현 / 뉴욕사무소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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