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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리튼하우스 재판의 ‘진실공방’

 무죄 평결로 막을 내린 카일 리튼하우스 사건은 주류 언론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변호사로도 활동했던 글렌 그린월드는 현재 탐사보도 저널리스트다. 퓰리처상 최고 영예인 공공서비스상을 가디언지에 안겨준 인물이다. 그가 지난 19일 리튼하우스가 무죄 평결을 받은 직후 언론계에 일침을 가했다.
 
그린월드 기자는 “전세계 언론 매체가 죽은 사람들이 백인임에도 ‘흑인’이라고 반복 보도했다. 이는 미국 언론이 리튼하우스를 ‘백인 우월주의자’로 몰아가며 오도한 결과”라며 “미국 언론에 속은 매체들은 희생자를 당연히 흑인으로 여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언론이 언론에 속았다. 오보는 집단적으로 생산됐다. 한국 언론도 예외는 아니다.
 


‘미 법원, 자동소총으로 흑인 2명 살해한 백인 청년 무죄’ ‘흑인 2명 총격살해한 백인 10대 무죄 방면’ ‘무죄평결 받은 흑인 시위대 발포자 리튼하우스’ ‘흑인 시위대에 총 겨눈 백인 청소년 무죄’ ‘흑인 시위대에 발포, 2명 사망케 한 백인 청소년’ ‘흑인에 총 쏜 10대, 트럼프 지지자’.
 
실제 일부 한국의 언론사들이 이번 사건을 두고 보도한 기사 제목들이다. 심지어 평결 후인데도 ‘흑인’과 ‘백인’의 구도에서 보도했다.  
 
이건 오역이 아니다. 사건의 기본 내용조차 모르고 그대로 번역만 한 결과다. 더 심각한 건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리튼하우스 사건을 그럴싸하게 분석까지 한 기사도 있었다.
 
단순 번역은 죄가 없는가. 그렇다면 원죄를 주류언론에 묻는다. 뉴욕포스트의 칼럼니스트 미란다 디바인은 17일 ‘카일 리튼하우스에 대한 10가지 악랄한 거짓말이 드러났다’는 글을 썼다. 사건을 오도한 주류 언론의 보도 내용을 도마에 올렸다. 전자는 주류 언론의 보도 내용이고, 후자는 공판 과정 등에서 밝혀진 내용이다.
 
디바인은 ▶리튼하우스가 두 명의 흑인 BLM 시위자를 죽임/ 희생자는 모두 백인 ▶(총을 쏘려고) 일부러 주경계선을 넘어옴/ 리튼하우스는 친지, 친한 친구가 모두 커노샤카운티에 살고 있고, 직장도 그곳에 있었음 ▶총(AR-15)을 주경계선을 넘어 반입함/ 총은 커노샤카운티에 사는 친한 친구의 아버지 집에 보관해 왔음 ▶총기를 불법소지했음/ 위스콘신 주법은 17세의 총기 소지를 허용 ▶리튼하우스의 어머니가 아들을 폭동 현장까지 운전해서 데려다줌/ 당시 어머니는 요양원에서 일한 뒤 집에서 자고 있었음 ▶“총을 쏘려고 시위대를 찾아다니는 총격범이다”/ 당시 상황을 전하던 MSNBC 뉴스 진행자 조 스카버러가 “주 경계선을 넘어온 17세 소년이 뛰어다니며 시위대를 총으로 쏴서 죽이고 있다”며 왜곡한 말 ▶조 바이든은 리튼하우스를 ‘백인 우월주의자’로 명칭함/ 연방수사국(FBI)이 전화기록까지 모두 조사했지만 백인우월주의자라는 어떠한 증거도 찾을 수 없었음 ▶리튼하우스가 ‘프라우드 보이즈’와 함께 사진을 찍으며 백인 우월주의 손 표시를 했음/ 어머니와 함께 바에 갔다가 사람들과 사진을 찍던 중 손가락으로 ‘OK’ 사인을 한 것을 두고 백인우월주의자로 매도됨 ▶지문을 감추기 위해 수술용 장갑을 끼고 있었음/ 리튼하우스는 당시 부상당한 시위대를 응급처치하기 위해 장갑을 끼고 있었음 ▶담당판사 브루스 슈뢰더는 인종차별적 트럼프 지지자로 피고 측에 편향된 인물/ 슈뢰더 판사는 민주당 주지사가 임명했고 위스콘신주 민주당 상원의원 출마 등의 내용을 지적했다.
 
비단 이번 사건 뿐인가. 주류 언론이 사안을 오도한 건 한 두 사례가 아니다. 주류 언론에만 의존해 정보를 수용하고 사안을 인식하다가 자칫하면 인지왜곡에 빠질 수 있다.

장열 /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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