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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아래서] '뚤레뚤레' 하나님

 어린 시절 동네 어디에나 모래를 쌓아놓은 곳이 있었다.  
 
나중에야 한창 경제 개발로 건축이 붐을 이루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아이에게는 찾기 쉬운 놀이터였을 뿐이었다. 하얀 고무신을 구겨 만든 자동차로 길을 만들고 고사리손을 넣어 집을 지었다. 아마도 이때쯤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라는 노래도 자연스레 배웠던 것 같다. 어떤 아이는 까치야 까치야 헌이 줄게 새이 다오 라고 추임새처럼 넣기도 했지만 도시에 살아서인지 아무도 이 노래를 끝까지 알지도 부르지도 않았다.
 
헌집을 줄테니 새집달라는 말이 얼마나 억지인지 지금 생각해 보면 눈가에 미소가 걸리는 말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정말 웃음을 나게 한 것은 나중에 알게 된 다음 소절들이었다. 두껍아 두껍아 물 길어오너라 / 두껍아 두껍아 너희 집 지어줄게 / 두껍아 두껍아 너희 집에 불났다 쇠스랑 가지고 뚤레뚤레 오너라.
 
정말 끝까지 두꺼비를 우려먹는 노랫말이 아닌가. 새집을 받아놓고는 두꺼비에게 집 지어준다고 물 길어오라 시킨다. 불난 집은 너희 집이라고 말하면서 오라고 부른다. 부르는 이의 낯은 정말 두껍고 달려오는 두꺼비는 참 속도 없다.
 
그러면서 생각해 보니 나도 그리고 우리 얼굴도 무척이나 두껍다. 무너져 버릴  헌집을 주어버리고 새집을 받은 것이 바로 우리가 아닌가. 그저 눈에 보이는 세상이 모두라고 생각하고 시기와 경쟁 속에 일희일비하며 살던 우리에게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라고 말씀해 주신 분이 계시다.  헌집은 가져가시고 대신 새집을 주신 것이다. 새로운 생명이며 새로운 시민권이며 새로운 인생이다.
 
그런데 아버지는 집 하나 줘서 내보낸 것이 아니었다. 애물단지 하나를 끼고 집을 지으신다. 새집을 위해 하나님은 물을 길어 진흙을 빚고 우리와 함께 벽돌을 쌓아주신다. 시도 때도 없이 우리는 하나님을 불러댄다.
 
어느 날 새집에 불이 났다. 역시 아버지가 제일 먼저 오셨다. 뚤레뚤레 오셨다. '뚤레뚤레'란 사방을 두리번거린다는 둘레둘레의 방언이다. 새집으로 바꿔주고 새집을 지어주고는 불이 나자 제일 먼저 불을 끄려고 자기 집처럼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달려오시는 뚤레뚤레 아버지가 눈앞에 겹쳐 보인다. 불난 곳만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깊은 속까지 두리번거리시며 살피신다. 어디라도 다쳤을까 우리만 보신다. 그래서 눈물이 난다. 불 속이라도 성큼 들어오셔서 우리를 안으신 아버지. 어찌 사랑치 않으랴. 어찌 감사치 않으랴.
 
sunghan08@gmail.com

한성윤 / 목사ㆍ나성남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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