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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앤 테크놀로지] 비플의휴먼원: 340억원의 가치가 있는가?

지난 9일 개최된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의 현대미술 이브닝 경매에서 NFT 혹은 ‘대체 불가한 토큰’이라고 불리는 디지털 기호와 함께 공중전화부스 같이 생긴 모니터가 들어간 사각형 기둥이 2800만 달러, 한국 돈으로 340억 원 정도에 낙찰되었다. 대형 쇼핑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사한 색감의 네 면으로 구성된 수직으로 기다란 직사각형 화면에는 시시각각 바뀌어 가는 사막, 바닷가, 들과 산의 풍경을 배경으로 은빛 우주복 같은 복장의 인간 형태가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대체불가 토큰과 함께 모니터가 포함된 케이스도 가져가는 셈이다. 13년 동안 거의 날마다 하나씩 제작하여 5000개의 디지털 이미지로 구성된 ‘매일: 처음 5000일(Everydays: First 5000 Days)’란 작품은 2021년 3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6930만 달러, 그러니까 785억 원 정도에 낙찰되었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금액을 주고 산대체 불가능한 토큰은 하이퍼링크와 함께 주어지는 이미지 파일 양식인 JPEG 파일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체불가’라는 수식어가 말하듯이 세계에 유일무이하게 존재하며 복제나 대체가 불가능하여 위조나 변조를 방지한다는 것도 매력이다. 이것을 의 비네쉬 순다르산은 ‘메타코반’이라는 별명을 가진 비트코인 및 블록체인 투자자이다. 2013년 캐나다에서 대학 다니던 시절 시작한 비트코인 투자는 10년 안에 엄청난 부를 가져다주었다. 11월에 거래된 ‘휴먼원’은 스위스 출신의 블록체인 투자가인 라이언 쭈러가 구매하였다. 크리스티 경매회사는 ‘디지털아트’라는 분야를 새로 만들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비플은 1981년에 태어난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사는 작가 마이클 윈켈만이다.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그래픽 디자인을 본업으로 하고 어린 시절부터 비디오 게임 디자인을 꿈꾸어왔다. 사실 테크놀로지의 특이함으로 보자면 NFT 기술과 JPEG 파일로 만들어진 디지털 이미지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대중의 눈높이에 맞도록 ‘창조’ 해내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미술과 테크놀로지의 결합이라고 보지도 않는다. 대중들의 관심을 끌만큼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비플의 작품을 소유하여 미술 컬렉터가 된 이들 블록체인 기술의 투자가들은 스스로가 메디치 가문이라든지 록펠러 집안이라든지 헤지펀드 매니저들처럼 엄청난 부를 축적한 것이 자랑스러운 것이다. 
 
10년이 지나고 100년이 지나서 이런 대체불가 토큰으로 구매한 작품이 가치를 더욱 높일지는 의문이다. 테크놀로지가 그러하듯이 전기가 없이는 접속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주일이 채 안 되 열린 지난 15일 뉴욕 소더비 경매장의 이브닝 세일에서는 매클로우라는 부동산 개발 회사를 소유한 컬렉터의 현대 미술 작품이 거래되었는데 마크 로스코의‘No. 7’ 추상화가 무려 8250만 달러, 1000억 원 정도에 낙찰되었다. 이것은 2012년 5월 거래된 로스코의 작품이 8680만 달러에 거래된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아직은 캔버스에 유화로 그린 로스코의 작품이 대체 불가한 토큰으로 된 작품보다는 우위에 있다. 매클로우 컬렉션의 잭슨 폴록이 그린 추상화 ‘Number 17, 1951’ 작품은 6100만 달러에 팔렸다. 쟈코메티의‘LeNez’라는 피노키오의 뾰족한 코처럼 생긴 브론즈 조각은 7830만 달러에 거래되었으니 물체를 갖춘 미술 작품이 아직은‘휴먼원’이라는 이름의 대체불가 토큰보다는 우위에 있다고 보아야 할까?  
 
매체와 소셜미디어에서 뉴스거리를 생산해 내기에는 충분할 정도의 놀라운 가치 생성이라고 본다. 철학적으로 ‘미술’ 혹은 ‘미적 향휴’라는 전통이 이런 금전적인 거래를 거쳐야만 하는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인류의 문화유산이라는 개념도 사실상 제국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니 대체불가 토큰이라는 하이퍼링크가 세계문화유산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블록체인 기술에 투자한 억만장자들이 벌써 무수히 많아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추구라는 점에서 비플이 만든 휴먼원은 충분히 신기하다. 비플 작가는 대체불가 토큰을 산 사람은 편집 혹은 추가 영상 등을 거치면서 세월이 지날수록 새로운 화면을 소유하게 된다고 설명하였다. 청동이나 대리석, 유화로 제작된 작품들은 그들의 ‘불변함’이 작품 향유의 중요한 요소였다. 박물관, 갤러리에서는 창작 당시의 원형을 보존하고자 많은 인력과 연구 활동을 미술품 보존에 몰아주었다. 대체불가 토큰의 경우 위조나 변조, 파손의 위험이 없기에 2021년 제작 당시와 많이 달라진 표현을 2050년에 본다고 하여도 동일 작품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매일 달라져 가는 작품. 대지미술운동을 한 로버트 스미슨이 듣는다면 비플의 대체불가 토큰이 풍화작용을 겪어 변해가는 자연에 더 가깝다고 평가할지도 모른다. 중세 미술을 전공한 내 입장에서는 비플의 대체불가 토큰이 수많은 순례객이 다녀가던 스페인 제국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성당 조각상처럼 본질적 가치와 기능을 상실하고 한때의 영광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기술적으로 미학적으로 크게 새로울 것도 경이로울 것도 없는 선전 도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전기를 잃으면 보이는 것도 없는 그냥 불 꺼진 상자이다.

변경희 / 뉴욕주립대 교수·미술사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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