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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시카고·샌프란서 약탈…한인들도 연말 ‘떼도둑’ 걱정

이슈 추적 : 확산되는 떼도둑, 그 수법과 배후

수십여 명 사전 각본 짠 듯 일제히 매장 들이닥쳐 
순식간에 명품 등 쓸어 담아 도주…경찰 속수무책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떼강도가 날뛰고 있다. 최근 거의 모든 주류 언론들도 ‘떼도둑’ 기사를 헤드라인으로 실을 만큼 심각해졌다. 지난 22일엔 LA 한인들도 많이 찾는 ‘더 그로브’ 몰 백화점도 20여명의 떼도둑에게 틀렸다. 그에 앞서 샌프란시스코 인근 명품 매장에는 무려 80여명이 벌떼처럼 몰려들어 매장 내 물건들을 닥치는 대로 약탈해 달아났다. 문제는 이런 떼강도 사건들이 전국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인다는 것이다. 연쇄 떼도둑 사건의 수법과 범죄 배후 등을 문답식으로 짚어본다. 
 
▶ 무슨 일이 벌어졌나= 사건은 지난 20일 오후 9시쯤 샌프란시스코에서 동쪽으로 25마일쯤 떨어진 월넛크릭의 노드스트롬 백화점에서 일어났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스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수십 여 명의 괴한들이 떼로 몰려와 백화점 내 매장들을 급습했다. 주로 루이뷔통, 버버리 등 명품 가게들이 목표였다. 이들은 쇠지렛대와 큰 가방을 들고 와 진열대를 부수고 물건을 쓸어 담은 뒤 도주했다. 한 매장 업주에 따르면 용의자들의 숫자는 80여명 이상이었다고 하고 범행은 5분 이내 벌어졌다고 한다.   
 
▶어떻게 80명이 동시에 도둑질을 해?= 목격자들에 따르면 범행은 마치 각본을 짠 듯 이뤄졌다. 번화가 한복판에 있던 사건 현장은  추수감사절을 앞둔 토요일 밤이라 많이 혼잡했다. 그러던 오후 9시쯤 백화점 입구 앞 사거리에 갑자기 차량 20~30여대가 약속이나 한 듯 길 한복판에 멈춰선 뒤 각 차량에서 운전자를 제외한 공범들이 내려 도로변의 정문으로 백화점에 들이닥쳤다는 것이다. 이들은 마치 ‘공짜 쇼핑’을 하듯 상품을 쓸어담은 뒤 다시 차량에 올라 도주했다.  
 
▶경찰은 뭐하고 있었나= 습격을 받은 매장 직원들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범행이 워낙 순식간에 벌어져 대부분의 용의자는 이미 도주한 뒤였고, 경찰이 잡은 건 불과 3명뿐이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플래시몹(Flash Mob)’의 연장선에 있는 ‘조직적인 범죄(organized theft)’로 보인다고 했다. 
 
▶ '플래시 몹'이란= 주로 길거리에서 대규모로 이뤄지는 즉석 공연으로 ‘불특정 다수가 약속된 장소에 모여서 짧은 시간에 약속된 행동을 하고 흩어지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쇼핑몰 한복판에서 유명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고객처럼 지나가다가 한 명씩 악기를 연주하면서 합주를 한다든가 또 유명 가수의 히트곡들을 틀고 ‘떼춤’을 춘 뒤 헤어지는 것들이다. 전에는 예술 행위로 시민들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한 목적의 이런 플래시몹이 최근엔 범죄 행위에 악용되고 있다.  
  
▶그렇게 많은 범인들이 움직이려면 사전에 분명 조짐이 있었을 텐데= 이번 사건 이전부터 경고등은 이미 여러 차례 울렸다. 바로 전날에도 샌프란시스코의 ‘유니언스퀘어’에 있는 루이뷔통을 비롯한 최소 10여개 명품 매장에 수십 명이 침입해 떼 절도 행각을 벌였다고 한다. 사건 다음날인 21일 밤에도 샌프란시스코에서 30분쯤 떨어진 헤이워드라는 지역 쇼핑몰 내 보석상에도 40여명의 떼 절도범들이 들이닥쳤다. 22일에는 LA 한인들도 자주 이용하는 그로브몰에도 20여명이 들이닥쳐 망치 등으로 유리창을 부수고 물건을 쓸어담은 뒤 도주했다. 비슷한 유형의 범죄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다른 지역에도 떼강도들이 설친다는 말인가= 인터넷에 ‘ransack(아수라장으로 만들다)’ 혹은 ‘looting(약탈)’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전국적인 현상이라는 걸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와 더불어 시카고 인근에서도 유사범죄가 있었다. 
 
▶상황이 어떤가= 지난 17일 오크브룩센터몰에 있는 루이뷔통 매장에 최소 14명의 떼 절도범들이 들이닥쳐 핸드백 등 명품들을 챙겨 도주했다. 시카고의 떼 절도 행각은 이미 지난 9월부터 시작됐다. ‘매그니피션트 마일’ 지역의 보테가 베네타 명품매장에 12명이 침입해 몇 분 만에 명품 핸드백 35개를 훔쳐 달아났는가 하면 지난달 5일과 지난 1일에도 오크브룩에서 30마일 떨어진 노스브룩이라는 곳의 루이뷔통에도 10여명의 떼 절도범들이 급습했다. 떼 절도 사건은 명품 매장뿐 아니라 약국을 덮쳐 마약성 처방약들을 털기도 하고 마리화나 판매업소들도 급습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난 17일 떼강도가 시카고 오크 브룩 몰의 루이뷔통 매장에 침입해 상품을 훔쳐가는 장면. 사진 / ABC 캡처

지난 17일 떼강도가 시카고 오크 브룩 몰의 루이뷔통 매장에 침입해 상품을 훔쳐가는 장면. 사진 / ABC 캡처

 
▶왜 하필 지금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나= 샌프란시스코 전직 경찰이었던 짐 더들리 교수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라고 표현한다. 가주 정부의 처벌 완화, 백화점 운영 기업들의 ‘범인 추적금지’ 방침이 낳은 대형악재라는 것이다. 절도범들은 붙잡혀도 큰 벌을 받지 않으니 경찰을 비웃기라도 하듯 범행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팬데믹 상황이라는 시기적인 이유도 한몫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센트럴지부에서만 올해 절도사건은 전년에 비해 88% 급증했다고 한다. 
 
▶시카고 지역도 같은 이유인가= 시카고도 상황은 비슷하다. 샌프란시스코와 다른 점이 있다면 ‘치안 공백’입니다. 시카고시는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의무화했는데 시카고 경찰국 직원 1만3000명 중 3분의 1 이상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시정부는 거부한 경찰 인력들을 속속 유급휴가 형태로 현장 근무에서 배제시키고 있다. 
 
▶이러다간 불안해서 살겠나= 경찰은 유사 범죄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검찰은 “(떼 절도 행각은)전국적인 현상이다. 한차례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다른 지역에서 유사범죄를 저지른 이들과 공모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면서 “다른 시, 주, 연방 수사당국들과 합동으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 않아도 연말연시에는 강절도 피해가 많은 시기다. 업주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주의해야 한다. LA에서는 최근 미행강도 범죄도 잇따르고 있다. 고급차량 운전자를 뒤쫓아 집까지 따라가서 주택을 터는 수법이다. 전염병으로 뒤숭숭해진 세상은 점점 더 흉포해지고 있는 것 같다. 
 
정구현 기자

이종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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