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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왕이 되고 싶은 남자들

대선 주자 중 한 사람이 손바닥에 왕(王)이란 글자를 새겼다가 곤욕을 치렀다. 본인의 변명에도 불구하고 지금 시대가 어떤 때인데 왕이 될 생각이냐는 세간의 비난은 따가웠다.  
 
그런데 심리학에서는 남자들은 누구나 왕이 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대선 주자 그 한 사람만의 욕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남편들이 아내에게 바라는 것이 세 가지 있다. 집안이 늘 정갈하고, 집에 들어올 때는 가족들이 가장을 반갑게 맞아야 하고, 식사도 늘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바람. 이 세 가지 바람의 밑바닥 욕구가 왕이 되고 싶은 욕구라고 한다. 집안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남자들이 왕이 되고 싶어 하는 욕구는 대단하다.  
 
그렇다면 그다음으로 중요한 화두는 어떤 왕을 뽑아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세상은 지금 구약시대를 방불케 한다. 제국의 왕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시기에 우리가 새로 뽑는 ‘대통령’이라 불리는 왕은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이는 민족의 생존이 걸린 중요한 화두다.
 


첫 번째 조건은 관대함이다. 인간의 역사를 뒤돌아보건대 왕중왕으로 칭송받는 사람들은 관대한 왕들이었다. 이란의 전신인 페르시아의 키루스 대왕은 관대함으로 이름을 날린 왕으로서 구약에서도 언급이 될 정도로 다른 민족에게도 존경 받았다. 왕의 관대함 크기만큼 제국의 크기도 달라졌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만델라 대통령도 관대함으로 남아공의 분열을 막았고, 미국 남북전쟁 당시 북군 총사령관 그랜트 장군도 유명하다. 그는 무자비한 학살자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었는데, 항복한 남군 병사들에게 “전쟁은 끝났소. 그대들은 다시 우리 국민으로 돌아왔소”라고 하면서 고향에 돌아갈 수 있게 배려까지 해 주었다.  
 
우리는 아주 좁은 땅덩이에서 살고 있다. 삼면이 바다에 북쪽으로도 단절되어 사실상 아주 작은 섬에 사는 것이다. 이런 곳에서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서로를 증오하는 것은 모두의 자살행위와 같기에 관대한 사람이 왕이 되었으면 한다.
 
두 번째 조건은 좋은 측근들이다. 측근들은 지혜로운 사람들이어야 한다. 즉 자기가 모시는 사람이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현실을 인식하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조언해야 한다. 역대 패망한 왕들은 아부꾼들을 측근으로 두어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대중심리와 거리가 먼 행동을 함으로써 스스로 몰락의 길을 갔다.
 
측근들은 왕이 그런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왕을 통제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인류 역사를 보면 왕이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을 때 측근이 왕을 제거한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런 지혜로운 이들이 있어야 왕이 멍청한 짓을 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세 번째 조건, 왕은 국민의 삶의 현장에 가까워야 한다. 정치를 엉망으로 한 독재자들일수록 자신의 처소를 아방궁처럼 만들고 국민과 거리두기를 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유유자적하며 아부꾼들이 전해주는 달짝지근한 말에 중독돼 갔다. 현장에 가질 않는 데다가, 가더라도 아부꾼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 현실을 인식할 수 없는 것이다.
 
사회심리학자들이 농담 삼아 하는 말이 있다. 위정자가 집을 크고 화려하게 지으면 장기 독재할 가능성이 크지만, 집을 작고 검소하게 하면 국민을 위한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이런 의미에서 위정자들은 남수단의 이태석 신부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그는 언제라도 환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자신의 숙소를 환자 중심으로 만들었다. 자기 삶을 환자 중심으로 만든 것이다.  
 
그래서 남수단인들에게 이태석 신부는 단순히 종교인이나 의사를 넘어 진정한 왕으로 인식된다.  
 
우리나라는 관계가 불편한 나라들에 둘러싸여 있다. 식민지 시절을 청산하지 못한 일본, 적으로서 전쟁을 치렀던 중국·러시아·북한 등 사방이 불편한 조건이다. 이런 열악한 생존조건을 가진 나라를 세상이 주목할 나라로 만들려면 그릇이 큰 왕이 필요하다.
 
한국인은 우수하다. 문제는 이런 우수한 민족을 이끌 왕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왕이 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왕이 될 만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

홍성남 /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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