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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펫팸] 수의사 컨퍼런스를 다녀와서

 매년 11월 첫 주에 뉴욕 재비스센터에서는 수의사 컨퍼런스가 열린다. 올해는 아무래도 팬더믹의 여파로 규모가 축소되고 많은 사람이 온라인으로 참석하면서 북적북적한 느낌은 없었다. 컨퍼런스에는 강의뿐 아니라 제약사·사료업체·물품업체 등 펫 관련 업체들이 부스를 차려서 제각기 자사 제품을 홍보한다. 이때 전시 부스를 돌면서 새로이 출시된 것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평소 동물병원에서 약을 주기적으로 타가는 반려동물 보호자에게는 대체로 공통된 걱정거리가 있다. 약을 제대로 먹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가루약이든 알약이든 물약이든 대부분의 반려동물은 약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서 보호자들은 뭔가 맛있는 간식이나 캔 사료 등에 섞어서 먹이는 방법을 선호한다. 하지만 간식이나 캔 사료에서 약 냄새가 난다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외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혹여 가루약인 경우 복용해야 할 용량의 반도 못 먹이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번 수의사 컨퍼런스에 소개된 제품은 복용해야 하는 약 성분을 맛과 향이 좋은 것들과 섞어서 여러 가지 형태로 조제해주는 것이었다. 약 형태는 씹어먹을 수 있는 형태(Chewable), 물약·알약·캡슐·가루약 등 원하는 대로 조제해준다. 일단 어떤 맛을 가장 좋아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참치 맛·닭고기 맛·베이컨 맛·소고기 맛·연어 맛 등 여러 가지 맛의 츄어블을 먹여본다. 가장 선호하는 맛을 고른 후 약과 함께 다시 츄어블 형태로 섞어서 제공한다. 관련 회사는 첫 25개 츄어블까지는 무료로 제공해서 반려동물이 약과 섞인 츄어블을 잘 먹는지 테스트해 볼 기회를 준다. 만성질환으로 매일 여러 개의 약을 먹여야 하는 보호자라면 동물병원에 의뢰해서 맞춤형 츄어블을 시도해 볼 만 하다.
 
반려동인의 식이를 추적하는데 스마트폰이 도우미로 등장했다. 반려동물에게 장착한 마이크로칩과 급식기 또는 급수기를 연동, 먹는 습관을 모니터링하는 제품도 인기를 끌었다. 한 집에 여러 마리의 개와 고양이를 키운다고 치자. 개·고양이의 사료가 다르고 일반사료와 처방 사료가 제각각이어서 구분해 먹여야 할 경우에도 서로 간의 음식 도둑질이 있기 마련이다. 이 경우 마이크로칩과 연동된 급식기(microchip pet feeder connect)가 유용하다. 즉, 급식기와 연동하는 마이크로칩을 가진 반려동물이 가까이 다가섰을 때만 사료가 나온다. 그리고 얼마나 자주, 어느 정도의 양을 먹었는지 등이 계산돼 보호자의 앱으로 송출된다.  
 
물의 양과 마시는 횟수를 모니터링해주는 드링킹 모니터도 있다. 역시 마이크로칩 주인이 다가가면 물이 나오고 그 결과를 앱으로 보내준다. 여러 마리의 고양이가 있으면 각자의 마이크로칩을 인식해서 각각 마신 물에 대한 모니터링을 보내주기도 한다. 집에 설치하는 반려동물 전용문도 스마트해졌다. 마이크로칩 연동 캣도어(microchip cat door connect)를 설치하면 집에서 나가고 들어오는 것을 트래킹할 수 있고 외부 동물이 캣도어를 통해 집으로 침입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캣도어에 대한 통금시간도 정해놓을 수 있다.
 
몇 년 뒤 수의사 컨퍼런스에 가면 로봇을 이용한 인공지능 도그 시터와 캣 시터가 나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웨어러블 헬스 모니터링 기계도 등장할 수 있다. 스마트시대가 되면서 반려동물을 스마트하고 보다 간편하게 키울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는 것이다. 그래도 그들이 줄 수 없는 한 가지는 있을 듯 하다. 우리의 눈과 귀와 손을 대신해서 반려동물을 살필 많은 것들이 발명된다 할지라도 우리의 심장에서 전해지는 반려동물에 대한 무한 사랑이 그것이다.

정소영 / 종교 문화부 부장·한국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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