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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는 처음이라서] 이민자들이 미국을 내 나라라고 부를 때

 나는 지금까지 이 ‘은퇴는 처음이라서’의 코너를 빌려 은퇴 계획과 노후대책에 있어서 개인의 책임을 강조해 왔다. 그런데 사실은 미국 사회에서 이민자로 살아오며 은퇴를 스스로 계획하고 준비할 만큼의 여유를 가지고 살아온 사람이 몇이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면 나의 주장은 많은 사람에게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사회의 서민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경우라면 현재의 생활조차 빠듯할 것이니 노후 대책은 까마득한 경우가 더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이러한 문제는 개인이 각자 알아서 해결할 수 없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지도 모른다. 그러니 국가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하고 사회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을 위한 안전망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문제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이민자로 이 나라에 와 살다가 이제 은퇴를 준비하고 노후를 마주하고 있는 분 중에는 미국의 사회복지 시스템에 의존하는 것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은퇴계획이고 노후 대책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비록 우리가 이민자로 이 나라에 왔다 하더라도 이 사회의 일원이 되어 살아왔다면 언젠가는 미국 정부가 주는 혜택과 도움도 받을 수 있는 권한과 지위도 갖게 되는 것이다. 이 지위는 먼저 이민법상의 여러 절차를 거쳐서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획득하게 되었을 때 생길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일정한 법적 지위를 갖추고 이 사회의 일원으로 오래 살아왔다 하더라도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와 나라에 대한 소속감과 주인의식이 없다면 늘 자기 집이 아니라 남의 집에 얹혀살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고 자신을 이방인으로 여기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자기가 일원이 되어 살아가고 있고 또 그 안에서 나이 들어 늙어가게 될 이 사회에 대한 진정한 소속감은 이 사회에 대한 각자의 참여와 기여와 공헌에 의해 생겨나는 것 같다. 즉 각자의 위치에서 이 사회가 움직이는 데 일조해 왔고 또 그것을 함께 만들어가고 이끌어 왔다고 느낄 때 이 사회에 대한 소속감이 생기게 될 것 같다.
 
미국에 대한 주인의식은 자신을 미국의 주인이라고 여기고 주인처럼 행동할 때 자라나는 것 같다. 미국은 이민자들의 나라이기에 이민자들은 누구나 이곳에서 이 나라의 시민이 되고 주인이 되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미국을 진정 자기의 나라라고 느낀다면 그것으로부터 무엇을 얻어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기 전에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될 것 같다. 자기 가족과 자기 집이라면 그것을 지키고 그것의 잘됨을 위해 희생과 봉사를 아끼지 않을 것이니 자기의 나라를 위해서도 그것의 잘됨을 바라고 그것으로부터 하나라도 얻어 내려 하기보다는 하나라도 보태려고 할 것 같다. 그리고 그 마음이 바로 주인의식인 것 같다. 그리고 힘들게 일한 수확에 대한 일정한 부분을 아까워하지 않고 세금으로 내고, 누가 보지 않더라도 법을 지키며 살고, 자기와 생각과 말과 문화가 다른 사람들도 사회의 일원으로 존중하면서 살아가는 일인 것 같다.
 
여기서 얼마나 오래 살아왔느냐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마음과 자세를 갖추었을 때 미국은 우리에게 제2의 조국이 되어 줄 것이며 그때가 바로 우리 이민자들이 미국을 나의 나라라고 부르는 때인 것 같다.

위선재 / 웨스트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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