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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가슴은 클수록 좋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가지를 흔든다. 우수수 잎사귀들이 비처럼 내린다. 가슴이 철렁한다. 가을은 좀처럼 나에게 틈을 주지 않는다. 나무들은 언제나 이때 즈음이면 이별을 고한다.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투쟁이지만, 나약한 우리 인간들은 정서를 이야기한다. 푸른 하늘 아래를 서성거리며 시를 읊기도 하고 종종 어둑해지는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눈시울도 적신다. 마음이 생겨서 그런 것이다. 쓸쓸함, 그리움, 슬픔, 그런 마음들이 가슴으로 들어온다.  
 
며칠 전 꿈을 꾸었다. 기억나는 것이 신기하다. 내가 사람들을 몇 모아 놓고 시에 대해 이야기 했다. 시란 생각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와 마음을 건드려야 글이 나온다고 했다. 시도 못 쓰는 내가 그런 마음을 품고 있었나? 참 알 수 없는 것이 내 마음이다.  
 
살면서 세상일에 집중하다 보면 마음이 작아진다. 마음을 담아두는 가슴도 쭈그러진다. 나는 종종 용서란 말을 한다. 신앙을 가진 자들에게는 어려운 숙제이다. 미워 죽겠는데 용서하라니 미칠 노릇이다. 주기도문을 바치다가 문득 주위의 사람을 용서하지 못하면 결코 신에게서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진리를 깨달았다. 모순투성이인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은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는 것을 꺼린다. 인간답게 사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생각과 말과 행위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생각과 말은 그럴듯해도 올곧은 마음이 없으면 아무 쓸 데가 없다. 
 
선한 마음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마음에 온통 탐욕만 담아두면 가슴은 좁아진다. 나의 가슴은 신성한 곳이다. 그런 좋은 곳에 온통 욕심과 분노와 이기심과 자만으로 가득한 마음을 담아둘 수는 없다. 노래 부르다가도 눈물 흘리고 바람 부는 대로 흩어져버리는 낙엽을 보고도 울컥하는 마음이 차라리 났다. 세상 모든 것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미국 인디언(American Indian)의 마음은 참 아름답다. 그런 마음을 지닐 수 있는 것도 축복이다. 기독교 신앙을 앞세워 개척정신을 부르짖으며 인디언들을 무차별 학살한 초기 이민자들의 마음은 고귀하였을까? 교리를 가르치며 신을 믿으라 한 그들에게 한 족장의 추장은 말한다. “우리 땅을 빼앗고 우리의 형제자매를 죽이고, 우리를 핍박하는 것을 허락한 신을 믿으라니요. 저희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우리의 형제이고 고귀한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가르치는 저의 신을 믿겠습니다.”  
 


사랑도 마음이다.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분노하고 강요하며 상대방을 바꾸려 하는 것이 당연시된다. 별을 헤아리며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 어린아이들을 아끼는 하는 마음. 남을 배려하는 마음. 그런 마음들을 가슴에 담아 두었으면 좋겠다. 나의 좁은 가슴을 넓히려면 스스로 변해야 한다. 필요 없는 걱정. 끊임없는 욕심들은 다 꺼내 버리고 강한 의지로 나의 나약함과 게으름을 이겨내야겠다. 노력 없이 어찌 스스로 바꿀 수 있겠는가? 새해가 오기 전 미리 마음을 다져야 한다. 사람이면 누구나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고 했던가? 그 행복을 위해서 가슴을 크게 만드는 것은 나의 앞으로 목표이다. 세상의 모든 일에 관심을 가지되 생각이 가슴으로 내려 마음을 건드리는 시인의 마음처럼 되었으면 좋겠다. 거듭 말하지만 가슴은 클수록 좋다. 여성 폄하의 뜻으로 말한 것이 결코 아님을 눈치챘을 것으로 믿는다.

고성순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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