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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선생은 먼저 하는 사람

 선생(先生)이라는 말은 먼저 태어났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하루라도 먼저 나온 사람은 선생의 자격이 있습니다. 물론 선생이 생물학적인 먼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먼저 배운 사람도 선생이 될 수 있고, 먼저 겪은 사람도 선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 세상에는 선생이 될 사람이 참 많습니다. 내게 선생이 될 사람도 많고, 내가 선생이 될 경우도 많습니다. 선생은 누군가의 앞에 서면 선생입니다.  
 
선생의 생(生)은 생명이라는 뜻도 있고, 사람의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산다는 말은 살아간다는 말이고 살아가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일 겁니다. 살다와 사람이라는 단어가 비슷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겁니다. 우리말 ‘사람’의 어원을 ‘살다’에서 찾기도 합니다. 사람이 사는 게 삶입니다. 선생은 먼저 하는 사람입니다. 먼저 배웠기에 선생 노릇을 할 수 있을 겁니다. 학생(學生)은 선생에게 배우는 사람입니다. 나중이기에 열심히 배워야겠지요. 중생이라는 말도 사람의 뜻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종종 ‘생’의 발음이 바뀌면 사람에서 멀어지기도 합니다. 중생(衆生)이라는 말이 변하여 짐승이 된 겁니다.
 
선생의 정의를 다시 반복하여 말하면 먼저 하는 사람입니다. 무엇을 먼저 하는 사람일까요? 기본적으로는 공부를 미리 하여야 할 겁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학생의 궁금증을 미리 경험해야 하고, 학생의 질문을 예상하여야 합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내가 배운 것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내용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봐야 합니다. 선생 일이 쉽다면 그것은 뭔가 문제가 있는 겁니다. 그러기에 우리 속담에 선생의 똥은 개도 안 먹는다고 그랬을 겁니다. 왜일까요? 모든 애를 썼기에 어떤 영양도 남지 않았을 겁니다. 선생도 참 힘든 직업입니다.
 
그런데 선생이 먼저 해야 할 것은 공부만이 아닙니다. 학생이 겪어야 할 힘든 일은 최대한 먼저 해 보아야 합니다. 직접 할 수 없다면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해 봐야겠지요. 수많은 독서가 필요한 이유일 겁니다. 앞선 이들이 남긴 책을 통해서 더 많은 간접 경험을 해야 학생의 고통 앞에서 공감할 수 있겠지요. 선생의 중요한 능력 중 하나는 공감 능력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학생은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선생이 해야 할 일 중 아마도 제일 어려운 일은 학생에게 뒷모습을 보이는 일일 겁니다. 뒷모습이 부끄럽지 않게 길을 만들며 사는 사람이 선생입니다. 선생은 그런 의미에서 앞서 걷는 사람입니다. 물론 항상 올바로 살 수는 없겠죠. 허나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는 자세만은 잃지 않아야 합니다. 선생의 뒷모습은 당당해야 합니다. 처진 어깨여서는 안 됩니다. 내 발걸음을 따라오는 학생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는 부처님, 공자님, 예수님을 모두 선생님이라 부릅니다. 우리는 스승도 모두 선생님이라고 부릅니다. 어떤 나라에서는 대통령이나 총리라는 말보다 선생님이라는 말을 더 가치 있게 생각합니다. 우리도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사실 그럴 겁니다. 직위가 중요한 세상이 아니라 가치가 중요한 세상이라면 말입니다. ‘선생’이라는 말은 직위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누구나 선생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나 역시 선생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저는 선생입니다. 오늘도 다른 이도 먼저 할 일을 생각합니다. 오늘도 조금 더 빠르게 몸을 움직이고, 좀 더 바르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책을 읽고, 길을 걷고, 산을 오르고, 사람을 만납니다. 가치 있는 하루를 사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선생의 일은 힘들지만 참으로 기쁜 일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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