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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일장춘몽

미원(味元)은 맛의 원조, 기원이라는 뜻을 내포한다. 원(元)은 소(素)와 상통하는 한자이다. 8·15 해방과 6·25 전쟁을 겪은 혼란과 춥고 배고팠던 늪을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무엇이든 꿀맛인 시기를 지나자 음식맛과 입맛을 다시게 했던 조미료가 등장했다. 감칠맛을 느끼게 하는 조미료가 식물에 성장을 촉진하는 비료가 된다. 더 나아가 수확을 배 이상 돕는다니 믿기 어려운 소식이었다.  
 
농사를 하는 농부의 소망은 풍성한 수확이다. 나는 음식점에서 식사를 한 후에는 갈증이 나는 이유가 MSG의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행여나 내 추상이 옳다면 식물도 갈증을 느껴 땅의 영양을 활발하게 흡수를 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하게 되었다.  
 
한국 마켓에 갈 기회가 있었다. 조미료 중에 미원을 찾아 손에 들었다. 믿기지는 않았지만 믿어보려는 마음이 충동질쳤다. 고추를 심은 곳에 잡초를 뽑아주고 호미로 땅을 일궈주었다. 퇴비를 주고 밭에 물을 충분히 주었다. 하루 후에 먼저 물을 주어서 밭에 수분이 있도록 했다.  
 
실험을 하기 위해 고추의 밭에 반만 미원을 조금씩 뿌렸다. 그 위에 물을 주었다. 한 주간이 지났을 때 성장의 차이가 조금 눈에 보였다. 한 달 후에는 완연하게 성장이 달라졌다. 그 후에 꽃이 피는 숫자를 살펴보니 가지가 왕성하게 많으니 꽃의 숫자도 많았다. 일조시간이 길고 땅에 영양과 수분이 만족스러운 관계로 하루가 다르게 보였다.  
 


그런데 밭에 와서 땅을 파고 지렁이 사냥을 하던 작은 짐승들과 다람쥐가 고추를 따먹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전에는 그런 일이 없었다. 조금 더 크면 수확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눈여겨 두었던 고추들이 대부분 사라졌다. 하루 사이에 어느 짐승이 공격을 한 것이다. 취향도 괴팍한지 한 두 입 먹고는 팽개치고 새 것을 먹느라 밭에는 온통 먹던 고추로 난장판이 되었다. 고추나무가 쓰러지지 않도록 받침대를 꽂아 준 것을 이용한 것으로 보아 다람쥐의 소행이라고 단정했다. 고추가 별로 없자 이제는 고추나무의 잎과 연한 가지까지 송두리째 먹어 싹쓰리를 했다.  
 
효과를 비교하려고 미원을 주지 않았던 몇 폭의 고추나무만 남았다. 고추를 심었던 곳은 말뚝처럼 단단한 밑동 부분만 남게 되었다. 동물에게도 분명히 MSG의 효과는 식욕을 자극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게 되었다.  
 
그런데 다람쥐의 특성상 고추열매와 고춧잎 정도는 먹었다고 생각되었지만 고추나무 줄기까지 먹었다고 단정하기는 의문이었다. 다람쥐는 한 두 잎 먹고 새것을 찾는 것, 먹을 만하면 땅에 묻거나 어느 곳에 가지고 가서 감추는 습성을 갖고 있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 다람쥐의 단독 범죄라고 단정하기는 무리가 되었다.  
 
홈디포에 가서 큰 동물을 잡는 덫을 사 왔다. 분명 맛을 본 짐승은 다시 찾아오리라 믿었다. 첫날은 먹던 식빵 조각을 미끼로 제공했다. 다음날은 냄새가 요란한 꽁치를 미끼로 바꿨다. 마침내 파섬(possum)이 잡혔다. 나는 수사권도 없고 억류권(抑留權) 도 없으니 다시는 찾아 올 수 없게 뒷산 먼 곳에 석방하리라 마음먹었다.  
 
다음날 아침 뒷산에 가려고 보니 밤새 일곱 마리의 새끼를 순산했다. 먹을 것을 주고 하루 후에 뒷산에 방출했다. 그런데 일곱 마리를 등에 얹고 출산비는 미불하고 인사조차 없이 유유히 사라졌다.  
 
미원을 활용하여 식물을 재배하면 식물이 1.5 배 정도 잘 성장한다. 그리고 열매도 많이 맺는다. 그러나 결국 MSG를 간접 섭취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고 생각이 되었다. 나는 가정에서는 좋은 작물재배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미원을 통해 많은 수확을 하려던 어설픈 농부의 과욕은 일장춘몽으로 막을 내렸다.  

김태식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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