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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봉사하면 오래 산다

 누군가 한탄했듯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에 가까운 세상이 그래도 살만한 이유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미담을 가끔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검소하게 살며 평생 모은 재산을 인재 양성에 써달라며 흔쾌히 기부하는 분의 이야기는 우리 가슴을 훈훈하게 한다.
 
그런데 우리는 왜 남을 돕는 걸까. 진화 과정을 거치는 동안 타인에게 베푼 호의가 언젠가 되돌아와서 자신의 생존에 도움이 된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명도 있고, 타인을 돕는 관대함을 통해 결국 자신의 우월성이 드러나게 돼 짝짓기에 유리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지극히 생물학적인 주장도 있다. 그렇지만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거액을 기부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유전자 환원주의로는 설명이 어려운 행동이 분명히 있다. 다행히 대가를 바라지 않는 선행에도 보상이 있다.
 
사춘기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최고의 악몽은 아이가 임신했다는 폭탄선언을 듣는 것이리라. 그렇지만 10대 임신을 예방하는 과학적인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아이들이 땀 흘리며 봉사하게 하는 것이다. 버지니아 대학 심리학과 조셉 앨런 교수팀의 연구를 보자.
 
앨런 교수팀은 1991년에서 1995년 사이에 남녀 고등학생 685명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했다. 우선 이들을 무작위로 나누어 342명에게는 ‘틴 아웃리치’라는 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했고, 나머지 353명에게는 봉사를 강권하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은 병원이나 양로원 봉사, 기금 모음 행사나 동료 개인교습 등의 봉사 활동과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것으로 이뤄졌다. ‘틴 아웃리치’에 참여한 학생들은 두 학기 동안 평균 46시간 동안 봉사 활동을 했다.
 


연구자들은 봉사 활동의 효과로 어떤 것을 확인했을까. 흥미롭게도 앨런 교수팀은 봉사 활동 참가 전후의 ‘정학률’ ‘낙제율’ ‘임신율’을 비교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봉사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의 정학률은 24%에서 29%로 높아졌는데 남을 위해 땀 흘린 학생들의 수치는 17%에서 13%로 줄었다. 낙제율도 마찬가지였다. 봉사 활동을 하지 않은 학생들의 경우 38%에서 47%로 올라갔는데, 봉사 활동에 참여한 학생들은 30%에서 27%로 줄었다. 임신율도 달랐다. 봉사하지 않은 여학생들의 임신율은 10%로 연구 전후에 차이가 없었는데, 참여한 학생들은 6%에서 4%로 낮아졌다.  
 
봉사를 시작할 때 정학률·낙제율·임신율에 차이가 없었던 학생들만 비교했을 때도 봉사의 효과는 분명했다.
 
봉사가 비단 아이들에게 유익한 것만은 아니다. 스탠퍼드대 칼 소렌슨 교수팀의 연구를 소개한다. 이들은 봉사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는 노인들의 사망률을 그렇지 않은 노인들과 비교했다.  
 
연구팀은 우선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55세 이상의 남녀 2025명을 조사했다. 두 가지 이상의 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면 ‘열심히 봉사하는 사람’, 한가지 봉사 활동만 하면 ‘봉사하는 사람’,  전혀 하지 않으면 ‘봉사하지 않는 사람’으로 구분했다. 이후 이들을 5년 동안 관찰했는데, 이 기간에 남자 203명과 여자 247명이 사망했다.
 
사망률은 100명을 10년 동안 관찰했을 때 몇 명이 사망하는지로 환산해 비교했는데, 봉사와 사망률의 관계는 확실했다. ‘봉사하지 않는 사람’ 100명은 10년 동안 30명이 사망했는데, ‘봉사하는 사람’은 24명이 사망했고, ‘열심히 봉사하는 사람’은 단 13명만 사망했다.  
 
정교하게 계산해보면 ‘열심히 봉사하는 사람’의 사망률은 봉사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44%나 줄어들었는데, 일주일에 네 번 이상 운동하는 것이 사망률을 30% 정도 줄였다는 점과 비교하면, 봉사가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임재준 /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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