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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2021 샌프란시스코 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작년에는 팬데믹으로 대회가 열리지 않았는데 금년엔 예방접종 카드만 있으면 접수가 됐다.  
 
우리 가족은 셋째 딸 식구와 큰딸, 그리고 내가 대회에 참가했다. 셋째 딸 가족은 하프 마라톤을 달리고 나와 큰딸은 5km를 걷기로 했다. 대회 전날 도착해 호텔에 묵었다.  
 
대회 날 아침. 셋째 딸 식구는 새벽 5시 30분에 나갔다. 그때 함께 나갔어야 했다. 좀 늦게 아침을 먹고 나갔더니 벌써 마라토너들이 길 위를 물결치듯 달려가고 있었다. 우리가 묶고 있는 호텔 앞길이 마라톤 코스였다. 1만7000명 참가자를 오전 6시부터 15분 간격으로 출발시킨다 했다.
 
큰딸과 나는 호텔에서 마라톤 출발지점까지 1.5마일을 걸어야 했다. 행사를 위해 지난 밤부터 인근 지역을 차단하여 차를 이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걸음을 재촉했다. 마음만 급하지 시원스럽게 걸어지지 않았다.  
 
나는 16년 동안 마라톤을 뛰었다. 내가 쉰여덟 때 남편이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남편 간호를 위해 체력을 단련해야 했다.  
 
그렇게 마라톤을 시작했다. 각종 대회에 참가해 50여개 메달을 받았다. 그 후 허리를 다쳐 척추 수술을 받았다. 6년 전 빅서 마라톤이 마지막이었다. 일흔여덟 살 지금은 뛸 수가 없다. 5km 걷기라도 참가하고 싶어 하는 엄마를 위해 딸들이 함께 참석한 것이다.  
 
큰딸과 내가 출발지점에 도착했다. 모두 떠나고 아무도 없다, 먼 길을 왔는데 출발조차 못하다니 허망했다. 어찌하나 망설이고 있을 때 무대에서 방송하던 사회자가 뛰어왔다. 큰딸이 영어로 상황을 설명하자 그가 ‘레디 고’ 소리쳐 우리를 출발시켜 주었다.
 
꼴찌로 출발한 나는 큰딸과 함께 걷기 시작했다. 호텔 근처에 아들 가족이 응원을 나와 있었다. 아들 내외는 인도를 걷고, 나는 손자 손녀 손을 잡고 걸었다. 한참 걷는데 아스팔트가  움푹 파인 곳이 있었다. 멀리 보고 걷던 나는 신발이 걸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8살 손녀가 얼른 붙잡아주었다. 어린 아이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을까. 눈물 나도록 고마웠다.  
 
결승선이 눈에 보였다. 완주하는 길목에 사진 기자들이 모여 있다. 사람들이 손자 손녀 손을 잡고 힘겹게 걷는 내 모습을 보고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마라톤 경기를 중계하던 사회자가 우리를 알아보고 가슴에 단 번호와 이름을 불렀다. 우리를 마지막 내보내준 바로 그 사람이었다. “꼴찌로 출발한 사라 리와 그의 엄마가 꼴찌로 들어온다”고 방송을 했다. “5km, 2시간!” 큰 소리로 외쳤다. 관중들이 다시 큰 박수를 보냈다. 영웅이 된 느낌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엄마는 박수를 데리고 다녀!” 큰딸이 활짝 웃었다.  
 
마라톤 풀코스를 뛴 것도, 하프 마라토너도 아닌, 겨우 5km를 걸어온 동양 늙은이에게 주는 과분한 칭찬에 몸 둘 바를 몰랐다. 역사 깊은 아름다운 도시 샌프란시스코 마라톤대회에서 받았던 박수소리가 지금도 들려온다. 꼴찌를 위해 아낌없는 갈채를 보내준 얼굴들이 보인다.

신영애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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