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개척시대] 우주시대의 인공지능
우주에선 인간 활동이 제약돼
자율형 로봇 등 AI 활용 필요
인간 없어도 우주선 기동 가능한
신뢰할 만한 AI 기술 개발해야
자연스레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 우주 탐사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우주는 인간의 활동이 제약되는 공간이다. 그러니 인공지능 활용이 기대되는 것은 당연하다. 여러 공상과학 소설과 영화에서는 우주 탐사에 사용되는 인공지능을 묘사해 왔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68년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는 ‘HAL 9000’ 인공지능이 우주선을 통제한다. 2018년 미국의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는 AI 로봇 “사이먼(CIMON)’을 쏘아 올렸다. 사이먼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우주비행사의 임무 수행을 보조한다. 50년 만에 영화 속 인공지능이 현실화된 셈이다.
자율형 로봇은 우주 탐사에서 여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중 하나는 우주 잔해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다. 현재 지구 궤도에는 매우 많은 파편이 흩어져 있다. 야구공 크기 이상의 파편은 2만여 개가 넘고, 밀리미터 단위의 작은 파편은 1억 개 이상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속도가 시속 수만 킬로미터에 이를 정도로 빠르다 보니, 작은 파편이라도 우주선과 충돌하면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우주 잔해를 미리 탐지·추적하고, 자동으로 회피하는 기술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나아가 능동적으로 우주 잔해를 제거하는 기술로까지 이어질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자율형 로봇을 이용하여 우주선이나 위성이 궤도를 유지하면서 유지·보수하거나, 우주선 내·외부의 문제를 탐지하여 대응하며, 지구의 유인 관제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임무 계획을 수정하는 기능까지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활약이 기대되는 또 다른 분야는 우주 빅데이터 분석이다. 현재 위성은 하루에만 수백 테라바이트(TB) 단위의 영상을 수집한다. 데이터 분석 작업에 인공지능을 활용함으로써, 실시간으로 지리정보를 분석하고, 다양한 출처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를 종합하여 처리하여 유용한 정보를 추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주에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지구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작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 부품의 성능 진단 자료를 분석하는 것과 같이 여러 측정 작업을 개선하여 우주선과 위성의 제작 및 시험 공정을 발전시킬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인공지능 기술이 우주 탐사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여겨지기도 한다. 인공신경망을 이용한 딥러닝 기술은 고작 10년 남짓 된 새로운 기술이다. 사소한 오차도 허용될 수 없는 우주 환경에서 임무 수행의 확실성과 안전을 보장하기에는 여전히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미국 나사(NASA)는 우주 탐사 분야에 있어 ‘신뢰할 수 있는 자율성(trusted autonomy)’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한다. 미래에는 별도의 인간 개입이 없이도 우주선을 구동하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인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주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수준의 신뢰성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는 인공지능 기술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 인공지능의 신뢰성을 높이는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최근 수년간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인공지능이 내린 판단의 이유와 근거를 설명함으로써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다. 이러한 여러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 우주 탐사가 아니더라도 고도의 정확도와 안전성을 요구하는 여러 작업에까지 인공지능이 폭넓게 활용될 수 있게 된다. 신뢰가능한 인공지능 확보에 이르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이제 그 시작의 발걸음을 내디딜 때다.
김병필 /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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