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블랙혹스 성폭행 스캔들
인디안 부족의 이름을 딴 블랙혹스는 2010년대 세 번이나 스탠리컵 정상에 오르며 시카고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시카고 불스 이후 컵스와 화이트삭스가 한 차례 리그 우승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짧은 기간 동안 세 번이나 챔피언이 된 것에 대해 시카고언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올해 여자프로농구(WNBA)에서 우승한 스카이와 함께 스포츠 타운 시카고를 단단히 받치고 있는 팀이 블랙혹스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팀내에서 발생한 성폭행 스캔들로 인해 팬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때는 2010년. 블랙혹스가 무려 49년이나 스탠리컵 우승을 못하고 있다가 첫 우승을 차지했을 당시다. 팀의 주축 선수인 패트릭 케인이 연장전에서 극적인 결승골을 터트려 우승을 확정 짓는 순간이 기억에 새롭다. 하지만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당시 구단 내에서 성폭행이 발생했고 구단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피해자는 당시 20세로 갓 블랙혹스에 올라온 1라운드 신인 드래프트 선수였다. 아직 기량이 만개하지 않았지만 촉망 받은 20세 청년이 영상 분석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피해자는 이를 곧 구단측에 알렸지만 구단은 재발 방지 등의 후속 조치는커녕 제대로 사건을 살피지도 않았다.
결국 11년이 지난 후에서야 당시 사건이 알려지게 됐고 이에 따른 후폭풍은 거셌다. 블랙혹스 단장은 사임했고 현재 다른 팀에서 감독으로 재임 중인 당시 블랙혹스 감독도 책임을 지고 소속팀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프로아이스하키(NHL) 측은 블랙혹스의 책임을 물어 벌금 200만달러를 부과했다.
이런 스캔들을 지켜보면서 건장한 체격의 젊은 남성들이 가득한 아이스하키 구단에서 동성간의 성폭행이 일어난 것이 놀라웠고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블랙혹스 구단에 실망감이 느껴졌다. 팬들의 사랑을 받는 팀은 성적뿐만 아니라 구단 운영이나 사회적 규범 등에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시카고 지역에서는 성폭행, 성추행 사건이 빈발하고 이를 규정한 대처를 하지 못하면서 결과적으로 사건을 키우는 일이 빈번하다. 시카고 공원국에서 일하던 미성년자 구조대원이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는데 이를 6개월 가량 뭉개고 있던 공원국장이 결국 사퇴한 일도 있었다. 첫 신고를 접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을 했다면 유사한 사건이 다시 발생하는 것도 막을 수 있었고 피해자의 고통도 덜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블랙혹스 구단은 늦었지만 법무법인을 고용해 자체 조사를 벌였고 이를 통해 구단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확인된 바는 적어도 구단주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회피하고자 하는 꼼수는 아닌지 의심스런 대목이다. 철저한 진상 조사를 통해 사건 재발 방지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실망감에 빠진 팬들을 다시 아이스링크로 돌아오게 할 수 있을 것이다
Nathan 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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