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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메타버스에 대한 ‘진심’

 77분간의 원맨쇼였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가 지난달 28일 “회사 이름을 ‘메타’로 바꾸겠다”며 공개한 영상 얘기다. 그는 따사롭고 쾌적한 (가상의) 저택에서 메타버스(metaverse)의 풍요를 말했다. 가상·증강 현실(VR·AR) 기술로 쌓아올릴 초월의 세계. 여기서 우리는 서로의 존재감을 더 깊이 느낄 것이며, 물리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저커버그가 말했다. 발표에선 수시로 홀로그램과 순간이동이 튀어나왔다. 소년처럼 들뜬 표정을 짓는 그를 보고 있자니 하마터면 이렇게 말할 뻔 했다. ‘그래, 우리 마크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내부고발자의 폭로, 정부의 압박, 대동단결할 무엇인가가 필요한 조직. 페이스북이 메타가 된 배경이다. 혹시 다른 이유가 더 있다면? 잘나가던 메타의 광고사업에 새로운 땔감이 절실해졌기 때문 아닐까 싶다. 창업 18년차 이 회사는 매출의 90% 이상을 데이터 기반 디지털광고로 벌지만 미래는 밝지 않다. 올 4분기 실적부터 애플의 iOS가 사용자 데이터를 차단한 효과가 반영돼, 광고 매출이 떨어질 것이라고 스스로 전망하고 있다.
 
더 근본적인 위기는 메타의 서비스가 늙었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엔 없는 젊은 피가 틱톡·로블록스·제페토엔 바글바글하다. 발표 사흘 전 저커버그는 “앞으로 회사는 ‘젊은 어른들(young adults, 18~29세)’의 북극성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로블록스나 제페토에서 비싼 한정판 구찌 아이템이 완판되는 걸 지켜봤을 그의 허기가 느껴진다.
 
메타가 노리는 건 그런 아이템을 사는 젊은 소비자들의 ‘어떤 욕망’이다. 인정받고 싶고(페이스북) 과시하고 싶은(인스타그램) 사람들의 욕망을 태워 SNS 제국을 세운 그들이다. 저커버그 발표 속 그 멋진 저택에서 친구들과 파티하고 싶은 누군가에게 메타버스는 초월의 세계임이 분명하다. 원룸에서 츄리닝 입고 사는 현실은 어쩌지 못하지만 말이다.
 


메타버스라는 거대한 흐름을 부정하자는 건 아니다. 30여년 전부터 이걸 꿈꾸는 이들이 있었고, 기술발전으로 최근 실현 가능성이 부쩍 커졌다. 다만 저커버그의 꿈에 우리 모두 지나치게 들썩일 필요는 없다. 새로운 광고판이 필요한 기업의 전략이라면 더 냉정하게 기회를 따져볼 때다. 사실 메타버스를 구현할 핵심 기술인 VR만 해도 갈 길이 멀다. ‘VR은 부잣집 자식 같은 기술’(데이비드 카프 조지 워싱턴대 교수)‘이란 표현처럼, 냉정한 평가없이 잘할 때까지 기회를 주니 VR이 연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커버스의 메타버스에 대한 진심을 의심하지도 않는다. 제프 베이조스나 일론 머스크가 우주여행에 진심이듯, 코딩을 처음 배운 중학생 때부터 순간이동 기술을 선망했다는 메타 CEO의 꿈도 진심일 테다. 다만 그는 차등의결권이란 수퍼파워를 가진 메타의 1인자이고(이미 그는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있다!), 원룸 츄리닝 생활의 팍팍함과는 거리가 멀다(포브스 부자 순위 10위 이내). 또 페이스북 사례를 보건대, 그가 새로운 놀이터에 생길 문제에 책임질 것 같지도 않다. 우리가 냉정해야 할 또 다른 이유다.

박수련 / 한국 중앙일보 팩플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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