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정국 격랑 속으로
민주당 급진 정책 회귀할까
주지사 당선자 글렌 영킨 뿐만 아니라 부지사 윈섬 시어스, 검찰총장 제이슨 미야레스도 모두 공화당이며 주하원의회 100석 중 51석을 공화당이 차지하면서 민주당은 사면초가 형국으로 몰리게 됐다.
영킨 당선자는 대대적인 보수개혁을 예고해 왔었다.
민주당 정권 하에서 치적으로 평가받던 공적 의료보험 메디케이드 확대적용, 사형제 폐지, 마리화나 합법화, 동성결혼 허용, 동성애자 차별금지법 제정, 최저임금 인상, 낙태제한법률 폐지, 전과자 투표권 복원, 투표제한 법률 폐지, 총기규제법률 강화, 흑인 등 유색인종 우대 조치, 공립학교 동성애자 화장실 등 정책 의무화 조치 등 진보적인 정책이 모두 흔들리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민주당의 가장 큰 선거 패배 이유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지난 2009년 이후 주지사 등 주전체 단위 선거에서 계속 승리해 왔으나, 버지니아의 민주당 지지자 색채가 온건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급격한 제도 개혁을 미뤄왔다.
하지만 2017년 랄프 노덤 주지사 당선 이후 양상이 달라졌다.
노덤 주지사는 이스턴 버지니아 의과대학 재학당시 흑인 분장가면을 쓰고 흑인을 조롱하는 듯한 사진을 찍었다는 의혹을 받은 이후, 남은 임기 동안 인종평등 목적 달성을 위해 일하겠다고 밝히고 급격하게 좌경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도날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 각종 인종갈등 이슈가 불거지면서 민주당 백인 주류 민심을 거스르는 정책이 나오면서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결정적으로 2019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상하 양원의회 다수당으로 등극하면서 버지니아는 400여년 역사상 가장 커다란 제도 개혁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말았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회고적 비판 선거였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민심이 민주당의 진보 의제에 대한 갈망으로 오판한 탓에 전국적으로 가장 급진적인 정책이 주지사와 의회에서 쏟아져 나온 것이다.
총기규제법률과 낙태, 사형제, 동성애 정책의 급격한 선회는 공화당 지지자들에게 2021년 선거를 벼르게 만들었다.
민주당은 지난 2020년 선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10%포인트 격차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기면서 버지니아가 스윙 스테이트 정체성을 탈피하고 완전히 민주당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착각하면서 오만한 선거운동을 전개했다.
테리 맥컬리프(민주) 후보는 버지니아의 그동안의 진보 의제를 더욱 발전시키겠다고 공언했으나 백인 주류 계층으로부터 외면받았다.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여름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서 보여줬던 미숙함과 치솟는 물가 등 불안정한 경제 상황 등이 겹치면서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민주당 행정부에 대한 총체적인 심판 정서가 횡행해, 여론조사업계에서는 이미 9월말을 기점으로 일찌감치 공화당 승리를 점치기도 했다.
영킨 당선자가 매우 영리하게 선거전략을 구사했다는 점도 돋보였다.
그는 중도파 표심을 잡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경파 유권자을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을 막지 않았다.
그는 지난 대선이 부정선거가 아니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하는 사실을 명확히 함으로써 극우적인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필했다.
하지만 주로 백인 공화당 지지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비판적 인종이론(CRT)에 대해서는 학부모 학습 거부권 보장 등의 정책을 언급하며 환심을 샀다.
공화당 승리는 한인 커뮤니티에도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한인 등 소수계에 대한 반격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
민심의 풍향계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민주당을 향한 일방적인 구애와 편향성을 이번 선거를 통해 여실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지니아 상원의회는 이번에 선거가 치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민주당이 여전히 다수당이라서 영킨 당선자가 우경화 정책으로 급격하게 선회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상원은 하원보다 더욱 막강한 권한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영킨 행정부의 캐스팅 보트와 정책적 쐐기 역할을 할 수 있다.
영킨 당선자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민주당 상원과 주고받기식 정책 거래 카드를 제시해야만 한다.
그럴 경우 민주당의 일부 정책이 더욱 진보적인 색채로 드러날 수도 있다.
영킨 행정부가 완전히 공화당 색채를 드러내려면 2023년 총선거에서 상하원 의회를 모두 공화당 다수당 시대로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2년 후 치뤄지는 선거는 영킨 행정부에 대한 비판회고적 성격으로 또다른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
김옥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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