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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옥토버페스트의 추억

가을이 짙어간다. 남가주 곳곳에서 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이다. 코로나가 점점 걷히고 있는 신호인가 싶어 반갑다.  
 
세계 3대 축제로 독일의 옥토버페스트,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 일본의 삿포로 눈축제를 꼽는다.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는 말 그대로 10월에 독일에서 열리는 축제이다. 1810년 바이에른 왕국의 루드비히 왕세자와 테레제 공주의 결혼식을 축하하는 피로연에 그 기원을 둔다. 무려 21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30여 년 전, 유학생으로 뮌헨에 도착한 나는 6개월 어학연수를 마친 후 인접한 음악의 고장 오스트리아 빈으로 떠나기로 했다. 뮌헨에서의 마지막 밤. 그동안 함께 했던 친구들과 석별의 정을 나누려 옥토버페스트가 열리고 있는 테레지엔 비제로 향했다.  
 


광장 중앙에 바이에른의 상징 바바리아 여신상이 세워져 있었다. 봄부터 만들어 놓은 맥주를 그해가 가기 전에 소진하기 위해서라지만 그 규모는 생각보다 컸다. 놀라웠다.  
 
테레제 공원에는 1만 명 정도를 거뜬히 수용할 수 있다는 요새 같은 대형 천막과 크고 작은 천막들이 세워져 있었다.  
 
바이에른 전통의상인 레더호젠 복장의 악사들과 알프스 소녀를 연상시키는 던들 차림의 종업원들이 분주하게 식탁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다섯 손가락으로도 들기 어려운 무거운 맥주잔을 10개 혹은 12개씩 들고 가는 모습이 경이로웠다.  
 
뮌헨에 양조장을 둔 6개 맥주회사의 후원으로 오늘날 매년 600만 명 이상 방문하고 600만 리터를 소진한다는 이 맥주 축제는 그 규모가 해를 더할수록 커져 왔다. 곁들이는 음식으로는 소시지, 양배추 초절임, 바바리안식 돼지 족발 요리가 있다.
 
천막 한 자리를 차지한 우리는 축제 특유의 술렁이고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곧바로 젖어들었다.  
 
내가 맥주 맛을 모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광장 뒤쪽에 놀이 기구가 설치되어 있었다.  
 
친구들과 난생 처음 바이킹을 탔다. 커다란 시소가 된 바이킹은 앞쪽에 타면 공포가 덜했을 텐데 함께 탄 친구의 꼬임에 빠져 뒷자리에 타는 어리석음을 범했다. 하늘로 솟구친 바이킹은 다시 땅으로 곤두박질치기를 반복했다. 눈감으면 연옥이요, 눈뜨면 지옥이었다.
 
전쟁과 전염병으로, 혹은 경제난으로 옥토버페스트는 그 오랜 세월 동안 25회 이상 개최되지 못했다.  
 
옥토버페스트에서는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도 이내 어깨동무가 되고 함께 사진 찍기를 주저하지 않으며 서로에게 친절하고 따뜻하다.  
 
시월제는 단순히 먹고 마시고 취하기 위한 축제만은 아니다. 남녀노소 서로 소통하고 문화를 공유하며, 동서양과 인종을 넘어 함께 즐기고 어울리는 한마당 잔치다.  
 
10월이 끝나간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뮌헨은 시월제를 개최하지 못한다는 소식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어쩌면 앞으로 내달리기만 하는 현대인에게 잠시 쉬어가라는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10월이 오면 불현 듯 그날의 풍경이 떠오르고 바바리아 여신이 내려다보는 광장에서 기약 없이 헤어진 옛 친구들이 생각난다. 지금은 모두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을까.    

이영미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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