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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화석연료와 슬기롭게 이혼하기

올겨울 유난히 추울 거라는데, 이달 말 영국 글래스고에선 엄동설한보다 더 싸늘한 자리가 예정돼 있다. 31일 개막하는 유엔기구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얘기다. 각국 정상들이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때 약속했던 탄소배출 감축 계획(NDC)을 중간 점검하고 더 상향된 감축안을 내놓는다.  
 
문제는 이제까지 제출된 100여 개국의 공약을 살펴보니 2030년까지 지구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7.5% 줄이는 수준이란다. 파리 협약 때 합의된 바람직한 상승폭 1.5도 사수를 위해선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재의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지구온난화에서 인간의 책임이 어디까지인가는 과학자들 간에 이견이 있지만 온실가스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에서 화석연료(석탄·석유 등) 몫이 크다는 것은 대부분 인정한다. 문제는 이 화석연료가 산업화 시대 이후 인류와 한몸처럼 굴러왔단 점이다. 미국의 에너지학자 리처드 뮬러가 “가솔린과의 관계는 불행한 결혼생활과도 같다”('대통령을 위한 물리학강의' 73쪽)고 비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오죽하면 파리 협약을 주도한 미국도 당장 에너지대란이 닥치자 OPEC에 석유 증산을 요구하고 석탄 소비를 늘리겠는가.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중국)과 4위 국가(러시아) 정상이 COP26에 불참하고 NDC 제출에 미적대는 것도 그 ‘이혼’이 고통스러워서다.
 
부부 간의 이혼에서도 따지고 짚을 게 많은데 79억 인류의 ‘에너지 결혼 청산’이 순조로울 리 없다. 게다가 화석연료 대안으로 얘기되는 재생·바이오 에너지나 원자력 등은 현재 기술력으론 가격·규모·안전성 등을 담보하기 어렵다. 화석연료 중에 그나마 낫다는 천연가스의 경우 메탄 성분이 연소하지 않고 대기 중으로 들어오면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온난화지수가 이산화탄소의 약 80배에 달한다. 한국 정부가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NDC와 별개로, 이번 글래스고 회의에서 ‘글로벌 메탄 서 약’(2030년까지 2020년 대비 최소 30% 감축)에 가입하기로 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한마디로 이혼은 하고 싶은데 재혼 상대가 믿음직하지 못하다. 그런데 뮬러는 인류의 에너지 이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걸 상기시킨다. 화석연료가 본격화한 200여년 전까진 인간과 마소의 노동력, 목재와 등유가 우리 에너지의 원천이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불가피하다면 이혼하고 ‘지속가능한’ 재혼생활을 대비해야 할 때다. 다음 에너지 배우자로 무엇을 택할지, 그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지, 이혼 과정에서 고통 분담은 어떻게 해야 할지, 이번 COP26을 지켜봐야 할 이유다.

강혜란 / 한국 중앙일보 국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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