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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음악인가] 카리스마를 경계한 지휘자

 무대를 장악하는 지휘자는 분명 아니었다. 베르나르트 하이팅크가 1975년 뉴욕 필하모닉과 데뷔했을 때 뉴욕타임스의 평론가 해럴드 숀버그는 이렇게 썼다. “지휘대 위에서 춤추거나, 가르치려 드는 지휘자가 아니다.”
 
일단 그는 수십 명에서 백 명까지인 오케스트라 단원을 이끄는 일에 짜릿함을 느끼는 타입은 아니다. 인터뷰에서 스스로 “지휘에 맞지 않는 성격”이라 했고, 젊은 지휘자들에게 “카리스마가 지휘자에게 가장 위험하다”며 “훌륭한 연주자들이 실력을 발휘하도록 믿고 기다려라”고 했다. 오케스트라와 연습 시간에도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정적으로 영국 가디언 인터뷰에서 “지휘가 어떤 일인지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좋은 지휘자가 되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하이팅크가 82세이던 2011년. 지휘 경험이 50년 넘었을 때였다.
 
하지만 그의 경력은 겸손하다 못해 소극적인 성격과 정반대로 화려하다. 일류 오케스트라인 네덜란드 로열콘세르트허바우(RCO)를 1963년부터 27년동안 상임 지휘자로 이끌었다. 세계 여러 곳이 동시에 원하는 지휘자였다.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 런던 필하모닉, 미국 보스턴 심포니,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상임 지휘자를 지냈다. 명성은 한평생 이어져 77세이던 2006년 시카고 심포니의 상임 지휘자로 임명됐을 정도다.
 
지휘는 리더십을 설명하기 좋은 직업이고, 하이팅크는 독특한 리더다. 어떤 머리 좋은 지휘자는 오케스트라 악보의 작은 점까지 외워, 연습 시간마다 조금이라도 실수하는 단원들을 공포에 떨게 한다. 하지만 하이팅크는 “연주자들을 질책하지 마라. 지휘자는 더 많이 실수한다”며 후배들을 타일렀다. 또 어떤 지휘자들은 주목받을 기회를 마다하지 않지만 하이팅크는 RCO의 대타 지휘 기회가 있었던 27세에 “준비가 덜 됐다”며 제안을 사양했다.
 
부드러운 리더십이라 한정하기엔 결기가 매섭다. 네덜란드 정부가 1982년 RCO 단원 일부의 정리해고를 계획하자 “네덜란드에서 다시는 연주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놔 단원 숫자를 유지시켰다.  
 
유튜브에 많이 남은 공개 레슨 영상에는 사랑받는 리더의 모범이 남아있다. 자신의 주특기이자 대표곡인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을 지휘하는 젊은 지휘자에게 하이팅크는 이렇게 말한다. “작곡가 자신이 이 곡을 지휘했을 때 수줍음 많던 작곡가는 곡을 시작하지 못했어요. 단원들이 ‘선생님?’하고 부르자 그가 말했지. ‘먼저 하세요, 먼저.’ 이 곡에서 과시적인 소리를 내서는 안되는 이유예요.” 음악에 헌신했던 하이팅크가 지난 21일(현지시간) 런던에서 별세했다. 강력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리더십을 되새겨본다.

김호정 / 한국 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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