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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는 처음이라서] 저녁이 있는 삶에 이르는 길

 남편과 나는 몇 년 전부터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남편은 만약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사업체가 미국이 아니라 한국에 있었더라면 굳이 그것을 그만둠 없이 평생을 할 생각도 있다고 말하곤 한다. 우리 부부가 하는 일은 자영업이어서 거기에 정년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원한다면 그것에 평생 종사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도 아무 할 일이 없는 것보다는 소일거리를 가지면서 살아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잘 자리가 잡힌 사업체에서 손을 떼는 것이 아쉬울 때도 잦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살아온 것보다도 더 오랜 세월을 미국에서 살아왔으면서도 늘 미국을 쉼터라기보다는 일터라고 여겨 왔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생각이 묽어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강해지고, 나이 들수록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러면서 남편은 이곳에서 이렇게 일만 하며 살다가는 일한 뒤의 편안한 쉼이 있는 저녁 시간을 놓치고 바로 어두운 밤으로 들어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을 두려워하고 경계해왔다. 그래서 쉼이 있는 저녁을 고향에서 맞는 일과 평생 일을 놓지 않는 것을 둘 다 할 수 없다면 그중 한 가지를 확실히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옛말에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삶의 일선에서 물러나게 되고, 뒷방에 나앉는 신세가 될 것이며 몸과 마음이 모두 무력해지고 병들고 시드는 늙음을 맞게 되는 것이 우리 모두에 닥칠 현실이다. 이렇게 우리에게 늙음과 어둠이 닥치기 전에 쉼과 여유가 있는 저녁의 시간을 갖는 것은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부부가 이렇게 오랫동안 공들여 은퇴를 계획하는 이유이다.
 
옛날 농경사회였다면 기력이 다해 일손을 놓는 날이 은퇴의 시기였을 것이며 대가족들이 서로를 부양하는 것이 노후대책이었을 것이다. 만약 고향에서 쭉 살아온 경우였다면 은퇴는 일을 언제 그만두느냐 하는 문제로 귀착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국에서 이민자로 살아온 우리 부부에게는 삶의 저녁 시간으로 이르는 길은 정밀한 계획과 과감한 선택을 통해서 찾아가고 확보해야만 하는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저녁이 있는 삶으로 가는 길은 사람마다 다 다른 것 같다. 어떤 사람에게는 최고의 은퇴 대책은 평생 현역으로 남는 것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젊어서 폭풍처럼 일하다가 젊어서 은퇴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한국보다는 미국이 더 낫고 이상적인 사회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은퇴 후 오히려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길은 운에 의해 어쩌다 찾아지는 것도 아니고 주변 상황과 여건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결정돼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길은 각자의 노력과 선택과 집중 때문에찾아지는 것 같다.
 
우리가 인생에서 원하는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는 일이므로 스스로 가장 중요한 것을 선택하고 그 나머지는 포기하는 것이 선택과 집중인지 모른다. 어느 한 가지를 확실하게 포기함으로써 다른 한 가지는 더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에서 이 저녁의 시간은 그리 긴 기간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리고 곧 어두운 밤이 닥쳐올지 모른다.

위선재 / 웨스트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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