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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아빠 아브라함

 ‘아빠-You have been a wonderful father to us. Thank you for bring us to this wonderful country and raising us. Father Abraham! Love, Your children and Grandchildren.’
 
70회 생일을 맞이한 아빠에게 딸이 적어 보낸 카드 내용이다.
 
성경의 대표적 인물 중 하나인 아브라함은 믿음의 조상이자 이민자의 대부로 할 수 있다. 조카 롯과 함께 문명의 발상지 메소포타미아를 떠나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듣보잡의 가나안으로 터전을 옮긴 인물로, 성경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좀 어리석고 생각이 짧아 보이는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하나님은 뭇별처럼 많은 자손을 약속하셨으나 25년 동안 침묵하시다 100세에 달랑 아들 하나를 주신 뒤 한때는 그마저 번제물로 바치라고 하셨다. 아브라함은 순종했고 하나님은 그의 믿음만 받으신 뒤 의롭게 여겨 후손들을 통해 약속을 이뤄가셨다. 구체적으로 이집트에 종으로 팔려간 증손자 요셉을 그 나라 총리로 만드신 뒤 아버지와 전 가족초청 이민시켜, 430년 동안 생육과 번성만 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셨다. 때가 차자 모세를 통해 출애굽 시켜 아브라함에게 주신 땅으로 불러들이셨다. 성경은 출애굽 한 이스라엘을 장정만 60만이라고 하나 아내, 부모, 자식들을 계상하면 적어도 300만도 더 되는 대민족으로 말이다.
 
40년 전 1981년 여름, 아빠는 생후 9개월 된 딸을 안고 대한민국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왔다. 작은 신발회사 주재원의 신분이다 보니 공항에서 픽업해 줄 친인척 한 사람 없는 미미한 시작이었지만, 83년 85년 각각 아들이 태어나면서 금방 다섯 식구가 되었다. 당시 한국산 신발이 미국인들에게 호평을 받으면서 주재원의 삶은 비교적 순조로워 쉽게 안착했다.  
 


40년 아빠의 미국생활 중 이변은 신앙이었다. 한국에서는 교회 출석조차 하지 않았지만, 무엇에 씐 것처럼 미국 도착 첫 주부터 출석한 교회를 출장이나 여행을 제외하고는 개근 중이고 아이들 또한 교회에 맡겨 키우다 보니 3남매 모두 사춘기는 낌새조차 없이 넘겠다. 살면서 5번 정도 이사했는데 처음 시작한 동네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지금도 살고 있고 한번 시작하면 못 바꾸는 나쁜 버릇은 여전하여 지금도 매일 새벽기도 후 집 근처 WaWa에 들러 아이리시 크림을 섞은 16온스 커피와 골프가 예약된 날 점심용으로 주문하는 Roast Bee←←f 샌드위치는 10년간 한결같아 주위의 놀림을 사고 있다.  
 
비록 3남매가 석·박사는 못 되었을지라도 자기들이 원하는 대학에 조기 입학하여 졸업과 동시 취직한다 했더니 30살이 채 안 된 연령에 짝들을 찾아 가정을 만들어 벌써 총 7명의 손주를 안겨주니 아브라함의 축복이 따로 없다.
 
지난주 3남매가 아빠 70회 생일을 함께 보내자며 Crystal Spring Resort에서 3개의 호텔 방이 통문 되는 스위트룸을 빌려 2박 3일간 대식구들로 북적대는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좋아하는 골프 등 여러 이벤트와 먹거리들도 흡족했지만, 그중에 제일을 꼽으라면 자식들을 빼닮은 7 손주와 함께 40년, 아니 400년 후를 상상하면서 아브라함의 축복을 계산해보는 호사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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