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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마피아와 정치인

 장화 모양으로 위아래로 길게 뻗은 이탈리아 반도. 발가락에 해당하는 부근 앞에 큰 섬이 있다. 시칠리아다. 제주도(1847㎢)의 14배(2만5711㎢)에 달하는 지중해에서 가장 큰 섬이다. 지중해 햇살을 흠뻑 머금고 자란 피스타치오·레몬·올리브·포도 등이 대표 특산물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시칠리아 하면 다른 이름을 먼저 떠올린다. 이 섬에서 뻗어나간 세계적인 범죄 조직, 마피아다.
 
마피아는 철저히 가족적이다. 보통 대부로 불리는 우두머리를 정점으로 피라미드식의 중앙집권적 권력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부’ 같은 마피아 영화도 이들이 패밀리 비즈니스 형태로 조직을 운영하는 것으로 다룬다. 대부는 아들이나 친족이 자신의 뒤를 잇기를 원하며 조직원끼리는 비록 혈연이 아니더라도 형제의 의를 맺는다. 이런 빈틈없는 조직력을 바탕으로 마피아는 정계·재계·연예계까지 다양한 분야에 막강한 연줄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조폭 연루설이 제기됐다. 조직 이름이 성남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국제 마피아파’다. 마피아처럼 지역에서 시작해 정·재계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염원을 담은 이름일까.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8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국제 마피아파의 돈이 이 지사에게 전달됐다”며 돈다발 사진을 공개했다.  
 
하지만 사진은 제보자가 2018년 소셜미디어(SNS)에 자랑삼아 올린 것으로 확인되면서 진위 논란이 커졌다.
 
다음날 서울시 국감에서도 이 문제로 여야는 팽팽히 맞섰다. 김 의원 측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실체는 명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꼭 사진이 아니더라도, 제보자의 진술 등 신빙성 있는 자료가 있다는 뜻이다.  
 
반면 여당은 정치공작으로 규정했다. 이 지사는 김 의원에게 “사과하고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나라”고 했고, 여당 의원들은 김 의원의 행안위 사·보임을 요구했다.
 
이쯤 되면 그냥 덮고 넘어갈 일은 아니다. 사실관계가 철저하게 밝혀져야 한다. 조사나 수사 결과에 따라 한쪽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유력 정치인과 마피아의 검은 거래가 현실에도 존재하는 걸까. 혹은 전직 조폭과 자극적 돈다발 사진에 놀아난 해프닝이었을까. 어느 쪽이건 국민의 한숨 소리는 커져만 간다.
 

장주영 / 한국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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