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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주의 살며 사랑하며] 사색의 계절에~

최선주

최선주

찬기운이 목덜미에 서늘하게 감겨오고 엷어진 햇살이 멀건 풀대죽 빛깔로 사위어 내리는 가을 하루는 늘 아쉬움과 함께 저문다. 허공을 휘돌아 날리는 낙엽을 보는 순간이면 누구나 시인의 감성을, 예술가의 성정을, 그리고 철학자의 사색을 공감할 터이다.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여 이치를 헤아리는 것이 사색의 정의다. 소크라테스는 “점검되지 않은 생은 살 가치가 없다”고 했다. 인생을 점검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얼굴 없는 사람들이 말했음직한 성공의 기준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진 질시의 항목이기도 하다.  
 
19세기 구한말 의사였던 이제마는 인류의 가장 큰 질병은 지혜로운 자를 미워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질투하는 “투현 질능”에 있다고 했다. 탈무드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어떤 사람에게 천사가 방문해서 그가 원하는대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그의 이웃은 그가 성취하는 것의 두배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전해주면서 무엇이든지 원하는 것을 말해보라고 했다. 그 순간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의 심상에 원하는 것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으리라. 마침내 그가 천사에게 말했다: “제 한 쪽 눈을 멀게 해주실래요?” 천사는 큰 한숨을 쉬었고, 그의 원대로 이루어졌다. 자기의 삶을 생각하기에 앞서 이웃의 인생을 먼저 헤아리고 내린 판단의 결과였다.  
 
질시의 태도를 갖고 남을 대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것보다 남이 가진 것을 더 눈여겨 본다. 울타리 안 자신의 삶을 다독이기보다는 남의 집 담장 안을 기웃거리며 남의 일에 관심과 흥미를 보이고, 자신처럼 남들도 자신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기에 실상보다 보여지는 허상이 더 중하고, 삶의 중심은 장대로 받쳐들린 물고기 부레처럼 허공에 둥둥 떠있기에, 나이를 먹어도 성년이 안된 사춘기 아이들처럼 안팎으로 부산한 채 무엇에도 헌신하지 않고, 어디에도 정착하지 않는다.  
 
이와 유사한 부류의 사람들이 하는 불평은 성경에도 나온다. 마태복음 20장에 나와있는 포도원 품꾼들의 이야기다. 주인이 이른 아침에 하루 품삯을 일꾼들과 약속하고 포도원에서 일을 하게 했다. 그 후 9시, 12시, 3시, 그리고 일이 끝나기 1 시간 전에도 일꾼을 불러와서 일하게 한 후, 청지기를 시켜서 나중 온 자부터 처음 온 자 순서로 일당을 지급하게 하였는데 모두 똑같이 하루 품삯을 받게 하였다. 일찍 일을 하기 시작했던 자들이 더 받을 줄 기대했다가 실망하여 주인을 원망하자, 주인의 응대가 이랬다: “내 것으로 내 뜻대로 할 것이 아니냐? 내가 후한 것을 네가 시기하느냐?” 포도원 일꾼들은 약속대로 받은 자기 몫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받은 후한 요금 때문에 불만했다. 재밌는 현상의 하나는, 이 성경구절을 읽는 대다수의 독자들이 자신들을 하루가 다 저물 때 고용된 일꾼이 아니고 온 종일 일한 일꾼들과 일치시키고, 그들의 불평에 쉽게 공감한다는 사실이다.  
 


포도원의 일부 일꾼들처럼 사람들은 자주 하나님이 불공평하다고 불평한다. 어떤이는 건강을 잃은 후에, 어떤 이들은 불편한 처지에 대해, 또 다른 이들은 가진 것이 부족하다며, 성공하지 못한 인생에 대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서, 혹은 경기가 나쁘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소유한 것보다 더 가지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근거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대가 없이 누리고 산 것들이 헤아려지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누리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을 둘 필요가 없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사색의 계절에 무엇보다도 문신처럼 새겨진 인류의 병, 질시의 지병이 진단되고 치유 받게 되기를. 남이 아닌 자신의 인생에 촛점을 맞추고, 자유하며 나아가는 여정이 되기를. [종려나무교회 목사, Ph.D  www.palmtreechurch.org]  
 

최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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