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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정치인과 말의 품격

국어사전에는 품격, 품위, 격조… 같은 낱말이 분명하게 실려 있다. 사전에 실려 있다는 것은 그런 것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있기는 있는데, 실제로 우리 주위에서 찾아보기는 힘든 요즈음이다.
 
사전은 품격을 “사람 된 바탕과 타고난 성품 또는 사물 따위에서 느껴지는 품위” 또는 “사람의 타고난 성품, 사물 등에서 느껴지는 품위”라고 풀이한다.
 
품격이란 그 사람만의 향기와 같다. 그래서 셰익스피어는 “꽃에도 향기가 있듯 사람에게도 품격이라는 것이 있다”고 말했다.
 
꽃도 싱싱할 때 향기가 신선하듯 사람도 마음이 맑지 못하면 품격을 지키기 어렵다는 말씀이다. 셰익스피어의 말씀처럼 자신만의 향기를 가진 품격을 갖추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즘처럼 어지럽고 험상궂은 세상에 품격 운운하면 ‘미친 녀석’ 소리 듣기 딱 십상이겠지만 그래도 품격을 포기할 수는 없다.
 
사람에게 인격과 품위가 있듯, 나라에는 국격(國格)이 있다. 나라의 수준을 말해주는 품위와 격조다. 지금 대한민국의 국격은 어떠신가?
 
지금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의 현실은 완전히 진흙탕 싸움이다. 선거 때마다 똑같은 아수라판이다.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야비하게 서로 끌어내리고, 조그만 꼬투리라도 나오면 부풀려서 상처내기에 정신이 없다. 진실인지 아닌지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뱉어내고 물어뜯고 본다.
 
선거 때마다 무차별 기승을 부리는 막말 소동, 진흙탕 싸움이 아이들 교육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품격이니 국격 같은 낱말을 떠올리는 일조차 쑥스럽다. 급기야 미학을 전공한 시사평론가께서 점잖게 비아냥거리며 한 말씀하셨다.
 
“쌍욕하는 대통령이냐? 막말하는 대통령이냐? 대한국민은 축복 받은 국민입니다. 경사났네, 경사났어.” 이런 판국에 국격을 따진다는 것 자체가 우습고 슬프다.
 
막말이나 쌍욕보다 한층 고약한 건 거짓말이다. 기억이 안 난다고 딱 잡아떼고, 악의적으로 꾸며 덮어씌우는 가짜 뉴스는 더 나쁘다. 지금의 현실은 그런 엉터리를 누가 더 잘하나 시합이라도 하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뻔뻔스럽고 맷집 좋아서 상처 좀 덜 받고, 흙탕물 좀 덜 묻은 사람이 지도자로 뽑힌들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을까?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흠결 없는 도덕 성인군자이기를 바라는 순진한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럴 필요도 없고, 그건 애당초 불가능한 일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저, 자기 개인적 이득을 챙기지 않고 오로지 나라를 위해 일하는 건강한 일꾼을 뽑으면 된다. 그리고는 그 사람이 인간적 도리와 최소한의 품격, 염치와 상식을 지키는 사람이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다.
 
링컨, 처칠, 레이건처럼 살벌한 정치판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은 정치가가 한국에서는 왜 못나오는 걸까? 처칠 영국 수상이 청중 앞에서 연설을 할 때는 항상 청중들이 빽빽하게 모여서 환호를 지른다. 그 장면을 본 미국의 정치학자의 감탄에 처칠이 대답했다.
 
“총리님은 청중들이 저렇게 많이 모이는 것이 기쁘시겠습니다.”
 
“물론 기쁘지요. 그러나 내가 교수형을 당한다면 두 배는 더 많은 청중들이 모여들 거라는 생각으로 정치를 합니다.”
 
모든 것 다 양보하더라도, 퇴임 후가 아름다운 대통령을 뽑는 것이 국민의 의무일 것이다. 그것이 바로 국격을 높이는 일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정신만 차리면 물론 가능한 일이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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