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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선거구 다시 그리기

지난 19일 연방 법원이 일리노이 주의원 선거구에 대해 의미 있는 결정을 내렸다. 3명의 판사가 내린 결론은 지난 5월 주의회에 제출되고 통과된 주의원 선거구 재획정이 위헌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일리노이 공화당과 멕시칸 아메리칸단체(MALDEF)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두 단체는 민주당 주도로 통과한 선거구 재획정안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들로 하여금 자체 재획정안을 마련해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법원이 지정한 제출 기한은 11월 5일. 이번 판결은 주의회에 일방적인 선거구 재획정에 제동을 건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박춘호

박춘호

 
그렇다고 법원이 주의회의 결정을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았다. 공화당과 MALDEF에 새로운 지역구 획정안을 제출하라고 하면서 민주당측에도 획정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즉 주의회에서 두번째로 통과된 지역구 획정안을 완전히 무효화하지는 않았다. 만약 기존 지역구의 완전 무효화가 결정됐다면 민주당이 감당해야 할 정치적 후폭풍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을 것이다. 연방 법원은 의회에 당파성이 강하게 개입된 선거구 재획정 과정에 개입하기는 했지만 원천 무효와 같은 극약 처방은 내리지 않았다. 마치 ‘의회가 할 일은 알아서 제대로 처리하라, 단 민주당 일방적으로 추진한 지역구 획정에 대해서는 이렇게는 하면 안 된다’와 같은 메시지를 내렸다고 봐야 한다. 법원은 두 단체가 제출한 안을 비교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절차적 정당성은 이번 법원 판결을 통해 보완된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일리노이 연방 하원 지역구 획정안도 공개됐다. 연방 하원 지역구의 경우 축소가 불가피하다. 현 18석에서 17석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어느 지역구를 통폐합해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인구 증감 현황에 맞게 지역구를 새롭게 재편해야 한다. 기존 지역구에 비해 포함되는 면적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주장이 강하게 담겼다. 인구가 많이 감소했다는 이유로 공화당 현역 의원의 지역구를 인근 지역구와 합친 것이다. 이를 두고 공화당에서는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연방 하원 의장 살리기를 위한 지역구 획정이라고 비난의 날을 세웠다. 반면 일부 민주당에서는 보다 더 유리한 지역구 그리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내년 중간선거에서 하원 의석을 보다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한다. 현재 조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주요 의제가 의회에서 수월하게 통과되지 못하는 현상을 타개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읽힌다.
 
최근 처음 공개된 일리노이의 연방 의원 지역구 지도를 보면 이스트 세인트루이스와 스프링필드를 남북으로 연결하는 키 모양의 지역구가 탄생했다. 처음 보는 순간 의아할 정도를 넘어서 창의성이 돋보일 수준이었다. 일리노이와 위스컨신 접경 지역 역시 록포드와 케노샤 지역까지를 포함하는 주 북부지역을 동서로 가르는 긴 모양의 지역구 지도가 나왔다. 지역별 인종 구성이나 경제, 지리, 문화적 차이를 감안하지 않고 자당 지지 지역을 최우선으로 지도를 그리다 보니 이런 해괴한 모양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민주당 주도로 선거구를 다시 짜고 있지만 밀실에서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리저리 도륙한 듯한 지도가 나온 것이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지역구를 나누는 개리멘더링의 끝판왕을 보는 듯했다. 이는 곧 다음 선거에서 유권자들로부터 심판될 것이다.  
 
JB 프리츠커 주지사는 선거구 재획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선거에선 자신의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던 투명한 선거구 획정을 유권자들은 잘 기억하고 있다. 이 공약은 이미 물 건너 갔다고 봐야 한다. 막대한 돈을 뿌리며 TV 광고를 통해 자신의 치적을 아무리 광고한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깨면서까지 집착한 지역구 획정에 대한 결과를 오롯이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Nathan 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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