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마당] 가짜 다이아몬드
35년 전의 일이다. 나는 반지나 목걸이를 습관적으로 하지 않는다. 어느 날 교회의 B집사님이 찾아왔다. 집사님은 건강이 안 좋았는데 환자 돌보는 봉사를 많이 하다 보니 건강이 좋아졌다고 한다. 집사님은 오신 이유를 이야기했다. 몇 년간 봉사를 특별히 한 것도 아닌데 그 해의 봉사자상으로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았다는 것이다.보통 때도 겸손하고 성실한 분이었다. 자신은 1캐럿짜리가 있어 다이아 반지를 두 개씩 갖고 있을 필요가 없다며, 누구에게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기도하던 중에 내가 떠올랐다고 했다.
다른 사람이 받은 큰 상품을 선물로 받는 것이 좀 부담스러웠다. 감사히 받았지만 내가 끼고 다닐 만한 반지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반지를 아파트 베란다 햇볕에서 보니 더욱 빛이 유난했다.
몇 달이 지나 새 학기가 시작될 때였다. 교회에서 온 남편이 J전도사의 등록금이 모자란다며 내 생각은 어떠냐는 것이다. 반지를 끼지 않는 것을 아는 터라 묻는 말이었다. 다음날 가까이 있던 그랜드백화점 보석상에 반지를 가지고 갔다. 보석상 주인은 반지를 유심히 보더니 큐빅이라고 했다. 순간 난감했다. 주신 분은 진짜 다이아몬드로 주셨는데 어찌해야 하나? 남편과 전전긍긍하다가 3일 후에 전후 사정을 주신 분에게 이야기했다. 그분도 상상을 못했던 일이었다. 봉사단체 측의 누군가가 가짜를 진품이라고 한 것이 아닐까?
나는 반지를 돌려주었고 집사님은 J의 등록금을 주셨다.
만약 그때 나도 그 반지를 진짜 다이아몬드라고 생각해 아깝다고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었다면 허망한 욕심이 되었을 것이다.
물건이나 물질은 용도에 맞게 필요할 때 쓰는 것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때 가짜지만 시기에 맞게 정말 잘 사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박영혜·리버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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