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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다시 도마위에 오른 기업들의 모럴 해저드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 가운데 '모럴 해저드(moral hazard)'가 있다.  당초 보험가입자들의 부도덕한 행위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됐다.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 자신이 해야 할 최선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행위를 의미한다. 이후 법, 또는 제도적 허점을 이용하거나, 자기 책임을 소홀히 하는 행동을 포괄하는 용어로 확대됐다. 
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월가의 대형금융기관 경영진들이 연방정부의 구제금융 일부로 보너스 잔치를 벌인 것이 대표적 사례다.  
 
최근 기업들의 모럴 해저드가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파산한 일부 현지 기업들이 법망을 교묘하게 이용, 파산 직전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수백만 달러 상당의 보너스 잔치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연방회계감사원(GAO)의 최근 보고서에는 JC 페니, 처키 치즈, 허츠 등 모두 42개 기업들이 파산 직전 보너스를 CEO에게 지급하는 등, 코로나19 펜데믹 기간동안 모두1억 6500 만 달러 상당의 돈잔치를 벌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회사들은 파산을 신청하기 전, 길게는 5개월, 짧게는 이틀 전 보너스를 지급했다
 


2020년 한 해 미국에선 무려 7600 여개 회사들이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파산법 11조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극히 소수 회사만 법원의 승인을 얻어 간부들에게 파산과 회생을 위한 격려금을 제공했다. JC 페니의 경우 파산신청을 하기 직전 450만 달러를 CEO에게 지급했다. 처키 치즈도 130만달러를, 렌트카 회사 허츠는 70만달러를 각각 파산 공개 전에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회사들은 보너스 지급과 관련, 비록 파산을 신청했으나 CEO가 회사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어, 회사 정리, 또는 회생 절차를 선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이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은 싸늘하다. 파산기업들의 돈잔치는 2005년 연방의회에서 제정된 파산남용 방지법과 소비자보호법을 악용하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에 따라 관련법을 서둘러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의 모럴 해저드는 중소기업청(SBA) 지원금에도 잘 나타난다. SBA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각종 코로나19 팬데믹 지원금에서 추가로 지급한 금액이 최소 45억 달러에 달했다. 심사과정에서 허위나 과도한 청구를 제대로 적발하지 못한 탓이다.
 
잘못된 지급 사례 중에는 직원 수를 부풀린 경우가 가장 많았다. 직원 수와 회사 규모, 팬데믹으로 인한 타격 정도에 따라서 지원금이 결정되는 것을 악용한 것이다. 실제 급여보호프로그램(PPP)과 관련, 기업들이 직원수를 최대한도인 500명으로 부풀려 신청해 지원을 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 당국은 승인 이전에 신청서에 기재된 직원 수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이 과정이 누락됐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등은 잘못 지급한 45억 달러를 회수할 것과 사기 의도가 뚜렷한 경우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당연하다.
 
이런 가운데 모럴 해저드는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 ‘도덕적 위험’으로 번역하는 것이 옳다. 왜 미국인들은 도덕을 위험(hazard)한 것으로 간주했을까? 아마도 해이해질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대상으로 간주했을 것이다.
 
경제학자들도 모럴 해저드의 해결방안으로 도덕적 재무장이 아니라 인간들이 본질적으로 비도덕적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시스템과 문화의 확립을 제시한다. 그렇다고 엄청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인간의 마음속에 잠재해 있는 모럴 해저드를 미연에 방지하고, 불가피하게 발생할 경우 이를 최소화하는 시스템과 문화를 만들면 된다. 법과 제도가 아무리 치밀해도 인간의 욕망을 앞서갈 수는 없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미국사회는 상처가 곪았을 때 이를 터트리고, 치료하는 능력은 아직도 탁월하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이 최근 내부폭로와 비판여론이 고조되자 연예인과 정치인을 괴롭히는 콘텐츠를 재빠르게 삭제하기로 한 것은 좋은 예다. 
 
 

권영일/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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