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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오징어 게임(Squid Game)을 보고

 넷플릭스(Netflix)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나오는 놀이는 60년대 어린이들이 동네 골목에서 했던 게임들이다. 그 시대는 변변한 놀이터도 없었고 장난감도 없었다. 그래서 폐지로 만든 딱지치기나, 구슬치기, 숨바꼭질(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고무줄 넘기, 자치기, 달고나 뽑기, 오징어 게임들을 하며 놀았다. 작은 하천엔 다리가 없어서 모두 징검다리를 건넜다. 추석이나 다른 명절에 많은 사람이 모이면 단체게임으로 줄다리기가 행해졌다.
 
한류(K-Pop)의 위력은 대단하다. 과히 허리케인 카테고리 5급 수준이다. 태권도의 세계화와 함께 LPGA를 주름잡는 여자 골퍼들, 세계 음악계를 석권하는 BTS, 할리우드를 강타한 ‘기생충’과 ‘미나리’에 이어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가 방영되는 세계 83개국에서 1위를 수 주째 차지하고 있다. 김구 선생이 꿈꾸었던 문화 민족의 꿈이 이루어지는 것 같다.
 
오징어 게임은 큰 금액의 상금을 걸고 게임을 한다. 일종의 서바이벌 게임으로 최종 승자가 모든 상금을 다 차지한다. 참가하는 이들은 큰돈을 필요로 하는 절실한 사람들이다. 살벌한 세파에 치어 실패하고 좌절하여 내일이 없는 하류 인생들이다. 죽어도 좋으니 돈벼락이라도 한 번 맞자 하는 심정이다. 세상 삶이 비참하여 살 재미가 없는 사람들이다. 반면 참가자 중 한 사람은 돈이 너무 많아서 삶이 무료하고 재미가 없다는 이가 있다. 돈을 아무리 써도 또 생기고 불어나니 생의 의미가 없고 심심해서 그 돈으로 게임을 벌린다. 구경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해 본인이 직접 참여한다. 주인공 성기훈과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직장에서 실직당하고, 사업에 실패하고, 사기당하고, 사채업자에 쫓기고, 투자에 실패한 사람들이다. 또 탈북해서 가족을 남한으로 데려오길 원하는 이, 사악한 목사 아빠를 살해하고 생을 포기한 이, 돈 벌기 위해 외국에서 온 노동자 등이다.
 
코로나19팬데믹 이후 세상살이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부의 불평등이 세계에 만연하고 있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불평등과 기회 상실로 경제적 불안을 겪고 있다. 어떤 국회의원의 아들은 모 회사에서 5~6년 일하고 50억의 퇴직금을 받는데, 보통 젊은이들은 평생 직장생활을 해도 3억짜리 아파트도 못 사는 현실에 절망하고 있다. 세계인이 오징어 게임을 보고 열광하는 이유도 게임 속의 인물들과 자신들을 동일 시 하기 때문일 것이다.
 
게임의 룰은 간단하지만, 거액의 상금에 목숨을 내놓고 하는 게임이어서 죽음의 공포가 엄습한다. 여러 사람은 게임에 참여했던 것을 후회하고 일상으로 되돌아오지만 현실은 더 암담하므로 다시 자진해서 게임장으로 돌아온다. 서로를 불신하고 남을 죽여야 살아남는 살벌한 게임 속에서도 인간미를 볼 수 있는 장면이 있다. 기훈과 일남이의 깐부 이야기가 그렇고,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새벽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지영이가 있다. 마지막 오징어 게임에서 기훈이는 상우를 죽이고 혼자 승자가 되어 모든 돈을 차지할 수 있지만 상우를 살리기 위해 게임을 중단하고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고 한다. 황금만능주의 잔인한 세상에서 한 가닥의 인간미를 볼 수 있어 큰 위안이 되었다. 대한민국이 세계를 리드하는 문화민족으로 우뚝 서가고 있음이 자랑스럽다.

김바울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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