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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꽃을 다시 심었다

동쪽 창이 훤해지는 것을 보니 일어날 시간이 된 것 같다. 매일 이 시간 전후에 눈이 떠진다. 젊어서는 아침 잠이 많았는데 노인의 티를 내는지 몸이 어서 일어나라고 신호를 보낸다.

거실로 나가 남쪽 창의 커튼을 연다. 창틀에 매달린 긴 화분의 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분홍 빨강의 예쁜 꽃들은 잠도 안 잤는지, 나처럼 잠이 없어 일찍 깼는지, 활짝 피어 아침 인사를 한다.

창문을 연다. 후덥지근한 거실에 시원한 바람이 들어온다. 싸늘한 공기가 한 바퀴 돌아 밤새 잠자던 텁텁한 공기를 깨우고 휘돌아 나간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심호흡을 한다.

상쾌한 아침이다. 식구들은 아직 깊은 잠이다. 여름방학 중인 3명의 손주들은 어젯밤 늦게 자는 것 같았는데 일어나려면 아마 한낮은 돼야 할 것 같다.

1년 전 코로나 사태가 벌어졌을 때 ‘휴지가 동이 났다, 병물 칸이 비었다’ 소리에 생필품 품귀 현상이 날 것 같았다.

그때 해마다 예쁜 꽃을 심던 창틀 긴 화분까지 동원해, 파 밑동 잘라 총총 심어 놓고 자투리 땅에 상추, 부추, 깻잎, 토마토를 심었다.

여름 내내 예쁜 꽃 대신 푸른 채소가 자라는 것을 보며 코로나가 어서 빨리 지나가기를 바랐다.

해를 넘겨도 코로나는 사라질 것 같지 않은데 올 봄 남편이 창틀 화분에 꽃 모종을 다시 심었다.

얼마 후 꽃망울이 맺히더니 꽃이 피기 시작했다. 꽃대가 점점 커지면서 고개를 들고 창 밖에서 거실의 우리를 바라보며 “나 예쁘게 피었지요? 여긴 내 자리예요”라며 말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여름 한 철은 계속 예쁜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

어서 빨리 코로나가 사라지고 내년에도 창틀에는 예쁜 꽃을 심게 되기를 바란다.


정현숙·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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