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스푼 굿피플]워싱턴의 슈바이처
고(故) 이태석 신부는 아프리카 수단의 슈바이처로 불린다.남 수단 와랍 주(Warrap), 톤즈(Tonj)의 딩카족(Dinka)으로 부터 쫄리(John Lee)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그는 분쟁 지역의 버려진 영혼들을 불꽃처럼 섬기다 홀연히 떠난 의사요, 교육가였고, 또 영혼 구령에 힘썼던 선교사였다. 이슬람교를 국교로, 아랍어를 국어로, 이슬람의 ‘샤리아’ 종교법으로 수단 전역을 장악하고 통치하려했던 북 수단, 이런 야욕에 저항하면서 풍부한 석유, 수자원을 독점하려는 남 수단 정부간의 갈등과 분리 투쟁은 끝내 참혹한 내전으로 번졌다.
190만명의 민간인들이 살해됐고, 400만명 이상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케냐, 에디오피아, 차드 등 인근국가로 난민처럼 떠돌아야 했다. 처참했던 동족상잔은 수단 전역에 큰 상흔을 남겼고, 가난, 기아, 말라리아, 결핵, 한센병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수단인들의 생명을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1962년 부산에서 태어난 이태석은, 하와이 몰로카이(Molokai) 섬에서 버림받은 한센병 환자들을 섬기며 살았던 벨기에 다미안 신부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를 보고 크게 감명을 받았다.
훗날 의사가 되어 다미안처럼 나환자들을 보살피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인제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군의관으로 제대 후 촉망받는 직업 의사의 길로 갈수도 있었다. 선교체험을 위해 아프리카 케냐에 방문했을때, 남수단 톤즈에서 오랫동안 사목 활동을 하고 있던 제임스라는 신부를 운명처럼 만나게 되었다.
전쟁의 후유증으로 도탄에 빠진 톤즈엔, 가난과 기아, 질병이 창궐했다. 마을 사람들의 처참한 참상을 목격한 후 저들의 안위를 위해 자신의 일평생을 바칠 것을 서원한다. 2001년 톤즈에 도착한 그는 선교를 겸한 의료봉사와 수단의 꿈나무들인 어린이 청소년 교육에 헌신하게 된다. 병실 12개짜리 진료소를 만들어 하루 300명의 환자를 돌보았다. 인근 80여개 마을을 순회하며 진료와 예방 접종도 틈틈히 했다. 학교를 건립하여 초,중,고 12년 학제를 만들었고, 수학과 음악, 브라스 밴드팀도 육성했다.
2008년 한국에 휴가차 들렀다 뜻밖의 대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 다시 일어서지 못한 채 톤즈에서의 남은 미션을 차마 감당치 못하고 48세를 일기로 작고하였다. 남북 수단간 평화 협정이 있고 난 후 감격에 겨워 작사한 ‘슈크란 바바’ (하나님 감사합니다) 시는 여전히 가슴에 여운으로 남는다.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이들, 총부리 앞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이들을 바라보면서 눈물로 주께 물었네, 왜 세상엔 죄인들과 닫힌 감옥이 있어야만 하느냐고, 왜 인간은 고통 속에서 번민해야 하느냐고... 그때 조용한 침묵 속에서 주께서 말씀하셨다. 사랑, 오직 서로 사랑하라고... 난 영원히 기도하고 또 사랑하리라.. 내 모든 것 바쳐...”
굿스푼 창립 이후 만 15년간 도시빈민들을 무료로 진료한 닥터 김영관은 워싱턴의 슈바이처다. 뉴욕에서 오스티어패틱(Ostheopathic Medicine) 의대를 졸업한 후, 매나사스 인터내셔날 병원에서 가정의로, 내과의로 환자를 보살피는 닥터 김은 전인적 치료에 특별한 관심을 둔다. 환자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총체적으로 돌볼 때 치료 효과가 더욱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그는 늘 환자를 정성껏 대하려고 애쓴다.
닥터 김의 매월 두번째 토요일 오전은 도시빈민들을 진료하려고 일부러 비워놓은 시간이다. 동료 간호사와 훈련중인 남매를 대동하고 인력 시장이 펼쳐지는 폴스 처치 컬모, 셜링턴의 파빌리온(Pavilion)으로 찾아와 가난한 이들의 건강을 보살핀다. 자비로 마련한 다양한 약들, 보조 의약품과 처방전이 나눠지면 그제서야 빈민들과 함께 점심을 나누며 교제한다. 자상한 미소를 얼굴 가득히 품고 도시빈민들을 살뜰하게 대하는 닥터 김은 단아하고 과묵하다.
이방인 나그네들의 안위를 가족처럼 세심하게 돌아보는 그에게서 행함으로 사랑을 실천한 선한 사마리안의 모습을 본다. 금년도 굿스푼 인종화합 사회봉사부문 대상에 선정되었다는 수상 소식에도 “앞으로도 더욱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땅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겸손을 잃지 않는다.
▷도시선교: 703-622-2559 / jeukkim@gmail.com
김재억 / 굿스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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