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를 떠날 수 밖에 없는 이유들
호기심으로 떠나기엔 너무도 위험한 라틴 아메리카가 있다.폭력과 빈곤이 만연된 그곳에는 마약이 창궐하고 인명이 너무도 쉽게 살해당하는 곳이다. 멕시코의 국경도시 티후아나와 후아레스는 마약 카르텔간의 전쟁으로 피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온두라스의 싼 뻬드로 술라와 떼구시깔파, 엘살바돌의 싼미겔과 싼살바돌, 과테말라 시티 등 멕시코 인근 국가들엔 국제적 마약 카르텔 MS-13, 18을 비롯한 크고작은 갱단들이 공권력과 전쟁을 벌이며 무서운 범죄도시로 전락시키고 있다. 국가 부도위기 직전의 남미 베네수엘라의 까라까스(Caracas), 브라질 포르탈레자(Fortaleza), 벨렝(Belen) 역시 범죄율이 높은 곳으로 여행을 자제해야 할 도시들로 악명이 자자하다.
까라바나(Caravana)는 폭력과 빈곤, 일자리와 보다 나은 교육을 얻기위해 고국을 떠나 도보나 차량으로 미국을 향해 이동하는 이민자 행렬을 가르킨다. 작년 가을 세차례에 걸쳐 시도된 약 7000여명의 까라바나 중 대다수는 온두라스 출신이었다. 그들 대부분은 현재 멕시코 국경도시 티후아나에 머물며 난민 신청을 위해 홈리스로 전전하고 있다. 마냥 기다릴 수 없어 멕시코 현지에서 호구지책으로 일자리를 찾는 부류들이 있는 반면, 2500여명은 자포자기한채 다시 온두라스로 귀환하기도 하였다.
2019년 새해 초, 중미 온두라스 싼 뻬드로 술라(SanPedro Sula)에서 다시 결성된 이민자 행렬 까라바나(Caravana)가 미국을 향해 출발했다. 싼 뻬드로 술라 버스 정류장에 집결한 600여명 중 여성과 어린이들이 포함된 300여 명은 30대의 작은 버스를 타고 과테말라 국경을 향해 이동했다.
산달이 가까운 임산부들, 갓 태어난 영유아를 꼬체(유모차)에 태운채 대열에 가담했다. 나머지 청장년 300여명은 국경도시 아구아깔리엔떼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과테말라를 경유하여 멕시코 태평양 연안의 최남단 국경도시 따빠출라(Tapachula)에 도착한 후, 최북단 국경도시인 티후아나까지 장장 3637 km 대장정의 길을 걸어야 한다. 낮의 폭양 볕에 지쳐 도중하차 할까봐 서늘한 새벽부터 출발해서 하루 꼬박 10시간을 걷거나, 지나가는 화물트럭 운전자들에게 히치하이킹을 부탁해야 한다.
폭력과 가난이 일상이 된 살인도시에서 언제 비참한 죽음을 당할지 몰라 방황하는 저들이 새해 벽두부터 목숨을 건 엑소더스 행렬에 나선다. 고향산천을 떠나 정처없는 길을 떠나려는 까뜨라초들이 출발을 앞두고 함께 부르는 온두라스 국가엔 눈물이 깊게 서려있다. 사명 선언문처럼 저들의 손에 들려있는 피맺힌 절규가 마음을 적신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여, 우리가 온두라스를 탈출하려는 5가지 이유에 귀 기울여 주시고, 제발 우리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망명자로 받아 주십시오”
첫째, 라스 마라스, 빤디야스(Las Maras y Pandillas 마약 카르텔 갱단), 둘째, 라엑스똘씨온(La Extorcion 강탈), 셋째, 디스끄리미나시온 데 쎅소(Discriminacion de Sexo, 성폭력), 넷째, 비올란시아 에 인쎄구리닫(Violancia e Inseguridad, 폭력과 불안정), 다섯째, 뽈리띠꼬스 꼬룹또스(Politicos Corruptos, 정치 부정부패)
홀어머니와 여섯 형제의 배웅을 받고 떠나는 마리오 마르띠네즈(16세)는 뉴욕행을 꿈꾼다. 미국에서 공부를 마친 후 일자리를 구해 자신만을 학수고대하는 일곱 식구들 부양할 꿈에 행로의 고단함도 견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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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억 / 굿스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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