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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나 기자의 콘서트 리뷰] 조성진 LA 데뷔 … "깜짝 놀라게 했다"

LA 필 100주년 기념 초청
드뷔시ㆍ쇼팽 곡으로 압도
"뜨겁게 호응 한인들에 감사"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LA에서 성공적으로 연주회를 마쳤다.

100주년을 맞이한 LA 필하모닉 초청으로 24일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에서 데뷔 독주회를 가진 조씨는 기대를 뛰어넘는 정교하면서도 열정적 무대로 관중을 사로잡았다.

이번 연주회를 위해 그가 선택한 프로그램은 클로드 드뷔시와 프레데리크 쇼팽의 곡. 그는 연주회 전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이 매우 사랑하는 작곡가로 편하게 연주하는 곡들이라고 프로그램을 소개한 바 있다.

눈에 비치는 사물과 정경의 느낌을 음으로 표현한 드뷔시의 걸작 피아노 곡집 '영상' 시리즈(Images, Book 1 and 2)와 쇼팽의 발라드(Ballade No. 3 in A-flat major Op 47), 폴로네이즈(Polonaise Fantasy Op 61)를 들려 준 조씨의 이날 연주는 시종일관 잘 그려진 수채화를 대하는 듯 투명하고 아름다웠다. 그의 열정적 연주를 듣는 동안 가끔 귀에서 번쩍이는 빛을 느끼기도 했다.

홀을 가득 메운 청중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등장한 조씨는 연주를 시작하기 전부터 조신하고 사려깊은 태도로 감동을 줬다.

건반에 손을 올리기 전 그는 오랫동안 호흡을 가다듬으며 곡과 마음 속 대화를 나누는 듯했고, 곡을 시작하기 전에는 피아노에 올려놓았던 손수건으로 건반을 조심스레 닦기도 했다. 이 모든 그의 몸가짐 하나 하나는 그가 이 위대한 음악을 세상에 남기고 떠난 작곡가에 바치는 존경과 사랑의 헌시로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우선 마음부터 따뜻해졌다.

그가 첫 곡으로 연주한 드뷔시의 영상 제1집의 첫 곡인 '물의 반영'(Reflets dans l'eau:Reflections in the water)은 제목 그대로 물의 이미지를 음으로 표현한 곡이다. 물에 투영된 빛과 움직임, 그림자의 느낌을 음악으로 표현한 이 곡은 그야말로 귀로 듣는 시 같은 곡이다. 그는 이 물의 움직임을 표현한 음향시를 마치 공기처럼 건반 위에 완벽하게 펼쳐보여줬다. 프로페셔널 음악계의 신성이라는 수식어가 의심될 정도의 놀라움이었다.

이어 드뷔시의 영상 1집 2곡인 '라모를 찬양하며'(Hommage a Rameau), 3곡 '움직임'(Mouvement)을 수려하게 연주한 그는 쇼팽의 발라드와 폴로네이즈를 들려줬다.

인터미션 후 드뷔시의 영상 2집에 이어 쇼팽의 소나타 3번(Sonata No. 3 in B minor. Op. 58)을 연주한 조씨는 마지막 곡으로 그가 음악계에서 쇼팽 전문가(Chopin Interpreter)로 불리고 있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 줬다.

쇼팽의 소나타는 작곡가의 개성적 감성이 뛰어나게 표현된 곡이면서 고전양식의 대표적 텍스트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피아노의 연주 테크닉을 가장 극명하게 살필 수 있는 곡이다.

2015년 세계 최고 권위의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인으로는 처음 1위로 수상하며 국제적 스타가 된 그의 업적은 쇼팽의 이 소나타 한 곡 연주에 모두 담겨 있는듯 했다.

조씨는 4악장(Allegro maetoso, Scherzo:Molto vivace, Largo, Finale:Presto non tanto) 특성을 아침의 야상곡 같은 신선한 느낌의 1장에서부터 엄청난 테크닉이 요구되는 격정적 마지막 4장까지 한치의 틈도 놓치지 않고 완벽하게 표현했다.

조씨가 준 감동은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이어졌다. 뜨거운 박수의 커튼 콜에 응해 드뷔시의 '달빛'(Clair de lune)과 리스트의 피아노곡(Transcendental Etude No. 10 in F minor) 두 앙코르 곡을 들려준 조씨는 곧바로 로비로 내려가 팬들과 조우했다. 앨범 사인을 받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선 수많은 팬을 대한 그는 한명 한명과 인사를 나누며 사인을 했다.

곁에서 안전 정리를 돕던 스태프들이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월트 디즈니 홀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지어 선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저 피아니스트가 도대체 누구냐?"고 물었다.

연주회에 대한 매스컴의 평가도 매우 좋다.

LA타임스는 "깜짝 놀라게 한 LA 데뷔 연주"(South Korean pianist Seong-Jin Cho makes an electrifying L.A. Phil debut)였다며 그의 리사이틀에 찬사를 보냈다.

2012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후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에서 공부한 그는 현재는 베를린에 머물며 전세계를 오가며 연주활동에 몰입하고 있다. 2020년 6월까지는 연주회 스케줄이 꽉 차 있는 상태다.

"베를린의 진지한 음악적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당분간 이곳에 머물고 싶다"는 조씨는 인터뷰에서 "가는 곳마다 뜨겁게 응원해 주는 한인 덕분에 힘이 난다"며 이번 LA에서도 한인 커뮤니티의 뜨거운 사랑과 지원에 감사함을 표했다.

"연주에 최선을 다하는 '귀한 연주가'를 꿈꾼다"는 그는 후배들에겐 "보상이나 대가를 생각하지 않고 음악만을 생각하라"는 조언을 전한다. 그의 단정하고 수려한 연주를 곧 다시 대하게 될 수 있었으면 하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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