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X파일 묻자 "잘 기억나지 않는다"
법무부 서열 4위 브루스 오
연루설에 28일 청문회 출두
8시간 증언 '모르쇠' 되풀이
트럼프 "내가 직접 나설수도"
러시아 스캔들의 '몸통'으로 지목되고 있는 법무부 전 차관보 브루스 오(56·사진)씨가 28일 연방의회 법사위원회와 감독위원회로부터 소환돼 청문회에 출두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청문회는 ▶법무부 서열 4위였던 그가 왜 트럼프 X파일 작성자와 꾸준히 접촉했는지 ▶상부 지시를 어기면서 왜 스틸과 접촉했는지 ▶부인과 함께 러시아 스캔들 조작/공모에 가담했는지 여부 등을 알아내기 위해 오씨를 소환했다.
오씨는 8시간에 달한 청문회에서 비교적 협조적이면서도 중요한 질문이 나오는 대목에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대답을 되풀이했다. 의회전문 매체 '더 힐'은 "법사/감독 위원회는 청문회를 통해 2016년 대선 때 법무부의 트럼프 캠페인 감청행위가 생각보다 우려스러운 수준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마크 메도우스 의원은 "(법무부 산하) 연방수사국(FBI)은 X파일의 작성 경로에 수많은 문제점이 있었을 뿐 아니라 그 배후에 경쟁후보(힐러리)와 민주당이 있었음에도 트럼프 캠프를 감청하려 했다"며 법무부를 비난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온라인판은 오씨가 X파일을 비롯해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이렇다 할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법사위원회의 대럴 아이자(캘리포니아) 의원은 "세부 내용에 대해 물을 때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며 "위증죄에 걸리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흔히 쓰는 수법"이라고 오씨를 질타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의회의 강한 압력 속에 X파일이 첨부된 감청 신청서를 공개했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FBI측은 X파일을 작성한 뒤에야 트럼프 캠프 감청 허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이에 앞서 FBI는 두 차례에 걸쳐 감청을 시도했으나 해외감시법원이 이를 불허했다.
그러나 당시 감청 신청서가 보안상 이유로 대폭 삭제된 채 공개돼 보수진영에서는 법무부가 감청한 이유를 제대로 알기 위해선 신청서 내용이 전면 공개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직권으로 전면 공개할 수 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일단 법무부 행동을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만약 타당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씨가 X파일 작성자인 스틸과 주고 받은 문자 내용도 언론을 통해 일부 공개됐다.
또 스틸이 오씨를 통해 트럼프 캠페인 러시아 내통 스캔들을 수사 중인 특검팀에 접촉한 사실도 드러났다.
폭스뉴스가 입수해 보도한 오씨의 이메일, 문자와 메모 내용에 따르면 스틸은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고가 매우 우려된다" "그들이 폭로될까봐 걱정스럽다" 등의 문자를 오씨에게 보냈다.
청문회에서 오씨에게 "무슨 폭로가 두려웠는가"라는 질문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코미 전 FBI 국장은 지난해 3월에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해고됐다. 당시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부 차관은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후보 이메일 스캔들 사건과 관련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FBI 명예가 크게 실추됐다는 이유로 당시 국장 코미 해고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권고했다.
원용석 기자 won.yongsuk@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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