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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트럼프, 중국 항복해야 끝낼 것"

'적자 개선'서 '구조 바꿔라'로 요구 변화
최악은 글로벌 동반 성장 기조 깨지는 것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전쟁에 총을 당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곧바로 가오펑 상무부 대변인이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가오펑 대변인은 곧바로 미국 상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되받았다. 가오펑 대변인은 "(미국이 관세를 부과한) 340억 달러어치 제품 가운데 200억 달러는 미국 회사를 포함해 중국 내 외국 회사 제품에 부과되는 것"이라며 "미국은 세계를 향해 총을 쐈다"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해외에서 생산해 미국 시장으로 수출하는 미국 회사에 대단한 호의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밝힌 상태다.

▶무역 전쟁 언제 끝날까

종결 시점에서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이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1987년 자비로 주요 신문에 무역 적자 폭 축소를 주장하는 광고를 낸 적이 있다. 일본의 경제적 부상과 미국의 무역 적자가 최대 현안이던 시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적자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를 알 수 있다. 연방센서스국에 따르면 2017년 미국은 중국에서 5040억 달러어치를 수입했다. 중국은 미국에서 1300억 달러어치를 수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무역 격차를 줄이겠다고 다짐했을 가능성이 높다. 30년 전에 신문광고였지만 이제는 권력을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이라는 단서가 붙었던 2000억 달러어치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10일 다시 한번 공언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지만 동시에 오래 끌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일 수도 있다. 이미 13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미 행정부는 열려있다"는 말로 협상의 여지를 열어놓았다. 중국 측도 12일 상무부 성명에서 "중국은 최대한의 성의와 인내심을 갖고 양측 간 대화와 협상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려고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끝을 가늠하는 데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쟁 목표다. 초기 중국은 미국의 무역적자 폭 줄이기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미국은 무역적자폭 감소를 넘어 중국이 미국의 지적 재산권을 뺐고 있다는 주장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중국이 구조적 변화를 통해 공정 무역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13일 므누신 장관도 열려 있는 자세를 언급하며 "중국이 구조적 변화를 원한다는 전제에서"라고 조건을 붙였다. 미국의 목표가 중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라면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 단순한 적자 폭 축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2025년까지 첨단 산업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경제계획인 '중국 제조 2025'와도 연관이 있다. 가뜩이나 지난 15년간 미국과 중국의 세계 경제 비중은 그 폭이 줄었다. <그래프1> IT 등 첨단 부문에서 격차가 줄거나 중국이 우위에 올라서는 것을 지연시키거나 막는 것은 세계 패권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 중 하나가 됐다.

무역전쟁을 거시적 측면에서 보는 것은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미국보다 덜 과격한 자유무역 옹호자라는 이미지를 얻어 미국의 글로벌 리더 역할을 가져오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고 있는 유럽 등과 관계를 강화하는 데는 이런 계산도 깔려있다.

네덜란드 종합 금융기관 ING의 라울 리어링 국제무역 전문가는 무역 전쟁 조기 종결에 비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자의 반대가 중대한 상황이거나 중국이 신속히 백기를 드는 상황에만 무역전쟁을 종결시킬 것으로 본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이른 시간에 일어날 징후가 거의 없다고 본다."

▶누가 이길까

전문가들은 대체로 경제 체질 면에서는 미국이 우세하다고 봤다. 실제로 중국은 무역전쟁 이후 주가가 1월 고점 대비 22% 하락했다. 5월에는 생산과 투자, 소비가 모두 약세를 보였다. 반면 미국은 13일 주가가 다시 2만5000을 넘었다. 실업률과 경제 성장세도 모두 중국보다 유리하다. 므누신 장관은 이를 바탕으로 무역전쟁이 아니라 무역분쟁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이 가장 불리한 점은 대칭적으로 보복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 4500억 달러어치에 관세를 올릴 수 있지만 중국은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미국산 수입품이 1304억 달러다. 미국이 2000억 달러에 관세를 부과하는 단계에서 이미 대응에 한계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대신 통관을 까다롭게 하거나 중국 내 미국 기업의 활동을 제약하는 관세 이외의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치안 문제를 거론하며 관광에 타격을 주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관세 부과 한계 때문에 나온 불가피한 측면을 보여준다.

중국은 또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다국적 기업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거대 다국적 기업의 로비력을 이용해 미국 정부에 압력을 가하게 하는 간접 타격 방식이다. 기업엔 타격을 주고 미국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음으로써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핵심은 장기화됐을 경우다. 미국은 우선 산업용 제품과 기술 제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관세 부과가 2000억 달러로 확대되면 소비자 직판되는 수입품 가격이 오르게 된다. 이미 인플레이션이 실질 임금 상승을 상쇄시키는 상황에서 일반소비품의 가격이 오르면 미국 경제에 적지 않은 고통을 줄 수 있다. 중간선거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소매가 상승과 수출 회사의 분노, 공화당 내의 반발과 선거자금 기부자의 반대를 잠재울 대책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적정한 선에서 합의를 끌어낸 뒤 승리를 선언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선임연구 교수는 미국의 심한 중국 의존도를 들어 미국 필패론을 주장했다. 지난해 미국 PC의 93%와 셀폰의 80%는 중국에서 건너왔다. 모니터와 장난감, 게임기기도 그렇다. 미국 소비자는 이미 값싼 중국산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더 많이 의존하는 쪽이 진다고 분석했다. 반면 같은 이유로 중국 필패론도 나온다. 알리안츠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수석 경제자문역은 무역에서 불리한 쪽은 더 많이 파는 쪽이라고 주장한다. "관세라는 폭탄이 똑같이 떨어지면 훨씬 더 많이 파는 중국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래프 2>

▶무역 전쟁 피해 얼마나 될까

ING가 예상한 시나리오를 보면 미국은 초반에 오히려 국내총생산이 0.06% 상승하는 이익을 본다. <표 참조> 하지만 무역전쟁이 확대되면 손실이 조금씩 커지지만 중국보다 손실이 적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중국보다 손실이 훨씬 커진다.

전쟁에서 피해가 전혀 없을 수 없다. 하지만 그 단계가 세계 경제에 영향을 줄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더구나 현재 세계 경제는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동반 성장하고 있다. 낮은 인플레이션과 성장이 동시에 나타나는 골디락스 상황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최악의 상황은 이런 글로벌 성장이 위협을 받는 것이다.

미국이 관세를 올린 초반 상황을 보면 이런 상황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 원자잿값이 뚝 떨어진 것이다. 콩은 10년 만에 최저 가격을 보였고 구리 3개월물 가격은 11일 하루 만에 4.9%가 떨어졌다. 아연은 6%, 유가도 5% 넘게 폭락했다. 경기 전망을 어둡게 본다는 의미다.

가장 무서운 시나리오는 금융위기로 번지는 것. 하지만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금융위기까지 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고통이 너무 크기 때문에 금융 시스템까지 영향을 받도록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랑스 투자은행 BNP 파리바스의 대니얼 가치베 외환 전문가는 "무역전쟁이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모호하다"고 설명한다.

투자자들이 불안한 것은 이번 무역전쟁이 실질적인 피해를 감수하고 벌이는 충돌이기 때문이다. 양국이 강경노선을 고수할 경우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알 수 없다.

미국 소비재는 중국 의존도 높아 단기간에 수입국을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소비재가 관세 대상이 되면 소비자와 경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소비재 가격에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드러나는 중간선거를 전후해 무역전쟁을 끝낼 가능성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뿐 아니라 중간선거에서도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무역전쟁 역사
▶1930년 스무트-홀리법(Smoot-Hawley Act)


1929년 주가가 폭락하고 기업이 줄도산 하고 실업자가 속출하자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불황 타개를 위해 관세 인상을 의회에 요청한다. 1930년에 제정된 스무트-홀리법은 원래 농업 부문 보호가 목적이었지만 후버 대통령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 대상을 여러 산업의 2만여 개 수입 품목으로 확대했다. 관세도 평균 59%, 최고 400%를 부과했다.

처음 2년 동안은 수입품 의존도가 줄면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3개국이 보복에 나서면서 무역전쟁이 격화됐다. 1933년까지 수출이 61%나 줄었다. 1929~1932년 사이 세계 무역 규모도 61%나 줄었고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15% 감소했다. 결국 1934년 법이 폐기됐으나 이 법을 계기로 연방의회는 대통령에게 의회 승인 없이 외국과 양자 간 무역을 협상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닭고기 전쟁

냉전이 절정이었던 1961~1964년 미국과 유럽 사이에 일어났다. 미국산 닭고기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농민이 큰 피해를 보자 프랑스와 서독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시작됐다. 미국은 1963년 프랑스산 브랜디, 경량 트럭, 폭스바겐 버스 등에 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은 더 나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미군 주둔 병력 감축 카드까지 꺼내며 위협했다.

미국은 브랜디와 감자전분 등에 부과된 보복 관세는 취소했지만 경량 트럭에 부과된 관세는 이후 48년 동안 계속됐다. 이 일로 미국의 자동차 업계는 기술 개발과 비용 절감에 게을리함으로써 이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파스타 전쟁

레이건 행정부는 85년 미국산 감귤류가 유럽 시장에서 차별을 받는다는 이유로 유럽산 파스타에 관세를 올렸다. 유럽은 다시 미국산 레몬과 호두에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1986년 양측이 무역 분쟁 종결에 합의하면서 1987년 종결했다.

▶바나나 전쟁

유럽이 1993년 옛 식민지였던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의 바나나에 관세 혜택을 주자 중남미산 바나나 수출이 어려워졌다. 문제는 중남미 바나나 농장 대부분이 미국 회사 소유. 미국 무역대표부는 관세 혜택을 철회하지 않으면 유럽연합산 수입품 수십 품목에 보복 관세 1000%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무역 분쟁이 공식적으로 종결된 것은 20년이 지난 2012년이었다.


안유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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