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금융 거물 구금…빈 살만·쿠슈너 합작설
사우디 출장 중 심문 받고 풀려나
'트럼프 선언' 반대 요르단 압박한 듯
주말 시위선 팔레스타인 4명 사망
알마스리는 당초 12일 요르단으로 귀국하려다 체포돼 구금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다. 그는 현재 사우디 자택으로 귀가했으며 곧 출국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그의 가족과 가까운 소식통이 말했다.
사우디 당국은 알마스리 회장이 사우디에서 추진하는 사업과 계약사 협력사 등에 대해 질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 언론들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벌이고 있는 반부패 척결과 관련돼 알마스리가 구금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배후에는 미국과 사우디가 있으며 알마스리 구금이 이들의 합작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 선언'이 사실상 유대인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쿠슈너가 동맹국인 사우디의 빈 살만 왕세자와 손을 잡고 새 중동평화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요르단의 거물 경제인을 볼모로 잡고 있다는 주장이다.
빈 살만 왕세자가 알마스리 회장을 연행해 조사에 나선 것을 두고 알자지라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요르단에 트럼프의 예루살렘 선언을 수용하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보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요르단은 그동안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며 트럼프의 결정을 강하게 비난해왔다.
와파 바니 무스타파 요르단 국회의원은 "빈 살만과 UAE가 요르단이 자신들의 말을 따를 때까지 요르단 경제를 흔들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루트에 있는 아메리카대 라미 쿠리 교수는 "알마스리 회장은 요르단 정부가 자금이 필요할 경우 아랍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등 요르단과 팔레스타인에서 거물급 경제계 인사"라며 "그의 구금은 빈 살만이 요르단에 '우리는 요르단 경제 구조를 흔들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는 알마스리 회장이 주요 투자자인 팔레스타인에게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라미 쿠리 교수는 또 중동문제 전문가들을 인용해 "쿠슈너 선임고문이 준비 중인 미국의 새 중동 평화 협상과도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빈 살만은 이스라엘.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쿠슈너가 마련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협정이 성사되도록 하는 작업을 돕고 있다"며 "요르단과 팔레스타인에 경제적 압박을 가해 동조하게 만들려는 또 다른 작전"이라고 말했다.
알마스리 회장은 팔레스타인 서안지역 나블루스의 유명 상인 가문 출신으로 사우디와 요르단 국적을 갖고 있다. 호텔과 금융 부문에서 수십억 달러 상당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2년 아랍은행의 회장에 선임됐다. 알마스리가 이끄는 투자자 컨소시엄은 지난해 레바논 총리 사드 알하리리 가문이 갖고 있던 아랍은행의 지분 20%를 인수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팔레스타인인'으로 불리는 무닙과 사촌 관계인 알마스리는 팔레스타인 증권거래소를 설립하기도 했다고 알자지라가 전했다. 그가 운영하는 투자 회사 등은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이 크다.
한편 팔레스타인에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예루살렘 방문에 맞춰 시위가 잇따르는 등 '예루살렘 수도 선언'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금요합동 예배 이후 진행된 두 번째 '분노의 날' 시위에선 이스라엘 군경이 쏜 총에 맞아 팔레스타인인 4명이 숨졌다.
이 가운데 이브라힘 아부 투라이야(29)는 2008년 4월 가자지구의 알부레이지 난민 캠프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하반신을 잃었던 데 이어 이번에 목숨을 잃어 이스라엘 진압 부대의 과잉 대응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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