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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신 3대 종교 성지 예루살렘은 '화약고'

도널드 트럼프의 '예루살렘 발언' 논란

구약시대 때 이삭 바치려 했던 곳
무슬림의 성지ㆍ유대인에겐 지성소
황금사원과 예루살렘성 둘러보면
종교 분쟁의 오랜 역사 품고 있어
중동 최대 불안요소로 꼽히는 지역
트럼프 발언, 잠식된 갈등 휘저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 발언으로 중동 지역이 들끓고 있다. 예루살렘은 3대 종교(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의 발원지다. 거대한 종교의 신념들이 공존하고 있다. 이면에는 무시무시한 갈등이 존재한다. 각자 신(神)에 대한 신념과 민족의 정체성이 얽히고 설킨 곳이다. 또,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서로 수도로 주장하는 지역이라서 국제 관계 속에서는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주는 게 위험할 정도다. 본지는 지난 2013년 예루살렘을 직접 방문해 복잡 미묘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를 기획 시리즈로 보도한 바 있다. 그 중심에는 예루살렘의 '황금 사원'이 있다. 분쟁의 뿌리는 깊고, 종교는 갈등의 핵심이다. 이번 논란을 종교의 시각을 통해 알아봤다.
글·사진-장열 기자

이스라엘 전문가 이백호 목사(LA)는 "만약 중동 문제로 3차 세계대전이 발생한다면 그 자리가 전쟁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 목사가 말한 '그 자리'는 예루살렘 중심부에 위치한 '황금사원'이다. 그만큼 민감한 곳이다. 지붕이 황금색으로 덮혀져 있어 예루살렘 어느 지역을 가도 멀리서도 눈에 띈다.

우선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정부가 관할한다. 다만, 그 안에 황금사원만은 이스라엘이 '건드릴 수 없는(untouchable)' 지역이다. 이슬람의 3대 성지 중 하나기 때문이다. 무슬림은 이곳을 무하마드가 하늘로 올라간 자리로 믿고 있다.

하지만 황금사원은 모순의 지역이다. 유대인에게 예루살렘은 민족 존립의 본질이다. 이스라엘의 중심은 예루살렘, 예루살렘의 심장은 지성소(하나님이 임했던 장소)다. 구약 시대 때는 아브라함이 아들(이삭)을 여호와에게 바치려 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곳에 현재 이슬람 황금사원이 세워져 있는 것이다.

이 자리에 대한 소유 및 탈환을 두고 이슬람과 유대교간의 대립은 중동정세의 최대 불안 요소로 꼽힌다.

그러한 지역에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라며 뇌관을 건드린 것이다.

황금사원은 이스라엘의 영역 안에 있음에도 유대인은 들어갈 수 없다. 무슬림을 제외하고 일반 관광객이 황금사원에 들어가려면 전신 검색 등 공항 수준의 까다롭고도 철저한 검사를 거쳐야 한다. 방문객에게는 개장 시간도 하루 두 번 일정시간만 허용될 정도로 분위기는 삼엄하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눈물을 흘린다. 지성소의 땅을 눈 앞에 두고도 들어갈 수 없어서다. 그들이 슬피 우는 장소가 바로 황금사원 밖 아래쪽의 '통곡의 벽'이다.

이곳은 유대인들이 황금사원이 위치한 지성소의 재건을 그리며 눈물의 기도를 이어가는 곳이다. 율법에 따라 검은색 복장을 입고 귀밑머리를 길게 꼬아 늘어뜨린 정통 유대인들이 몰려 매일 벽을 잡고 통곡한다.

그들에겐 오랜 역사적 갈등이 내재한다. 대립은 구약의 이스마엘과 이삭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오늘날 외부에서 이러한 역사를 단순히 해석해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갈등이 아닌 거다.

예루살렘은 히브리어로 '평화의 도시'라는 뜻을 내포한다. 그러나 예루살렘은 역설의 도시다. 한 번도 평화가 깃든 적이 없다. 역사적으로 땅의 소유를 두고 갈등과 전쟁이 끊임없이 반복된 곳이다.

시간을 돌려보면 기원전 1000년 무렵 다윗왕은 예루살렘을 고대 이스라엘 왕국의 수도로 삼았었다. 기원전 63년엔 로마군에 함락된 이후 로마의 국교가 기독교가 되며 자연스레 기독교의 성지로도 자리매김했다. 638년에는 이슬람교를 믿는 아랍인에 의해 함락돼 오랫동안 그들의 지배를 받았다.

현대로 거슬러 올라오면 제1차 세계대전 때 오스만튀르크제국이 영국군에 패하며 예루살렘 인근에 있는 팔레스타인 땅은 영국의 수중에 들어간다. 이어 유엔이 팔레스타인을 유대지구와 아랍지구로 양분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자 팔레스타인이 반발하면서 중동전쟁은 3차까지 벌어진다.

팔레스타인은 아직 정식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국가로서 영토의 개념을 갖고 있지 않다. 현재 팔레스타인 지역은 이스라엘 내에서 둘레 700km의 큰 장벽에 둘러싸여 있다. 이스라엘이 통제하고 있는 거대한 도시 수용소인 셈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그야말로 '하늘만 뚫린 감옥'에서 산다. 그들은 이스라엘 정부의 허가증이 없으면 장벽 밖으로 나가는 게 불가능하다.

다시 현대의 예루살렘 도시를 보자.

올드시티(Old City)라 불리는 예루살렘 성(전체둘레 약 4018미터)은 이스라엘에 존재하는 공존과 갈등의 역설이 축소판으로 나타나는 곳이다.

성경속에 자주 등장하는 예루살렘 성은 지금 북적대는 시장통으로 변해버렸다. 성 내부는 현재 4개의 종교 지역(이슬람·알메니안ㆍ기독교ㆍ유대교)으로 구분돼 있다. 그 안에만 무려 2만 여명이 와글와글 살아간다.

황금 사원은 예루살렘 성내 동쪽에 위치해 있다. 물론 그곳은 이슬람의 지역이다.

예루살렘 성내로 들어가면 방문객의 관점에선 정신이 없다. 이슬람 지역에선 하루 다섯 번의 기도(살라트) 시간을 알리는 알림 방송이 곳곳의 낡은 스피커를 통해 매번 쩌렁쩌렁 울린다. 성내라 그런지 울림은 더욱 크다.

그러면서 동시에 유대교 지역을 지나는 정통 유대인들의 얼굴은 그때마다 마구 일그러진다. 누군가에게는 기도의 시간, 누군가에게는 분노의 시간이다. 그만큼 복잡 미묘한 곳이 예루살렘 성이다.

역사적으로나 국제적으로 ‘답이 없는’ 이 지역을 두고 미국과 국제사회는 이스라엘 영역내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해 독립시키자는 ‘2국가 체제’를 추진해왔다. 이를 통해 중동 분쟁을 종식해보자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일방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드는 것으로 분쟁의 종식은 커녕 오히려 잠식돼 있던 분노를 휘저었다.

예루살렘의 사정을 단편적으로 이해하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다.

개신교계에서도 심층적, 역사적 이해 없이 황금사원 인근에서 일부 크리스천들이 땅 밟기 기도를 하며 사원을 돌거나, 공격적인 전도를 펼치는 행위에 대해 ‘미친 짓’이라는 비판도 제기돼왔다. 교계가 외치는 이스라엘의 회복과 유대인 전도 역시 그 대상에 대한 원론적 의미부터 명확한 정립과 인식도 필요하다.

이것을 국제적으로 확대해서 적용해본다면 예루살렘에 대한 단순한 이해는 중동의 ‘피바람’까지 몰고 올 수 있다. 그만큼 온 세계가 트럼프 발언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는 이유다.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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