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재계 반대…'한·미FTA 폐기' 일단 접었다
북 핵실험 상황서 동맹 분열 우려
매티스까지 나서 FTA 중요성 설득
협상 책임 USTR 대표도 "개정 희망"
한.미 FTA 폐기 문제는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1일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폐기 준비를 지시했다"고 보도한 이튿날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그렇다. 내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며 시인하면서 급부상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엔 한·미 FTA 폐기 여부가 한·미 동맹 분열의 상징적 문제로 커졌다.
하지만 5일 오후 백악관 회의가 결정적으로 흐름을 바꿨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트럼프 대통령은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장(NEC)을 포함한 NEC 멤버들을 소집해 이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선 미 경제계의 강력한 반대 입장이 전달됐다고 한다. 톰 도너휴 미 상공회의소(USCC) 회장은 별도 성명에서 "우리는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FTA 폐기 방침에 반대한다"며 "한·미 FTA 폐기가 미국에 단 한 개의 일자리도 못 만드는 대신 엄청난 대가만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USCC는 300만 개 이상의 기업을 대표하는 미 최대 경제단체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라이언 의장을 포함한 상.하원 지도자들과 만났지만 한·미 FTA 폐기를 발표하는 대신 논의를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알렸다는 것이다. 같은 날 오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멕시코시티에서 기자들에게 "한·미 FTA 폐기가 아니라 일부 개정을 원한다"며 입장 변화 사실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변화엔 미국 경제계뿐 아니라 의회,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을 비롯한 고위 국가안보 관리까지 총동원돼 한·미 FTA의 경제적 의미뿐 아니라 지정학적 중요성을 설득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 상원 재무위, 하원 세입위원회의 공화.민주 양당 위원장과 간사 등 4명은 공동 성명을 내고 "북한의 최근 핵실험은 강력한 한.미 동맹의 핵심적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것"이라며 "한·미 FTA는 두 명의 대통령(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이 협상하고, 의회가 비준한 동맹의 중추적인 요소"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카드를 완전히 포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애덤 스미스 의원은 "6일 열린 상·하원 비공개 국가안보 브리핑에서 백악관 보좌진은 구체적인 타임 테이블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한·미 FTA 중단은 여전히 하나의 옵션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감세와 무역적자 감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목표"라며 "성과가 안 날 경우 언제든 FTA 폐기 카드를 다시 꺼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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